"'아바타3는 완결형… 판도라는 어떤 이야기든 담아낼 도화지”
[파이낸셜뉴스] “가장 공들인 장면이요? 모든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현실처럼 보이겠지만 현실은 아닌 꿈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할 겁니다.”
오는 17일 전세계 최초 국내 개봉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가 개봉 이틀을 앞두고 사전 예매량 38만장을 돌파하며 연말 극장가 구원자로 떠올랐다.
■환상적 모험이자 가족, 마음에 관한 이야기
캐머런 감독은 지난 12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장면을 공들여 만들었다"며 “3000명이 넘는 제작진이 4년이 넘게 매달렸다. VFX 샷이 약 3500개로, 거의 모든 장면이 시각효과로 구현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기존 실사 영화나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불과 재'는 지난 2009년 시작된 ‘아바타’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독보적 영상미로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아바타’는 전세계 최고 흥행작이다. 1편은 29억달러(약 4조원), 2편 ‘물의 길’은 23억달러(약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흥행 신화를 이어왔다.
4억달러(약 5900억원)가 투입된 이번 ‘불과 재’ 역시 러닝타임 195분 동안 판도라의 숲과 바다, 불과 재로 뒤덮인 새로운 대지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극장 관람 경험을 안긴다.
캐머런 감독은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즐거웠고,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많은 모멘트를 남겼다”며 “기술적인 진보 덕분에 이제는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든, 시나리오에 어떤 장면을 쓰든 모두 높은 퀄리티로 구현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도라 행성은 충분히 거대하고 방대하며 세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세계로, 어떤 이야기도 펼쳐낼 수 있는 캔버스가 됐다”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의 핵심 주제로는 ‘가족’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며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통해 경험하게 될 여정은 환상적인 세계로의 모험인 동시에 인간적이고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가족 밑에서 자랐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된 자신의 삶을 언급하며 “반항적인 10대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아버지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불과 재’는 장남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슬픔에 잠긴 제이크, 네이티리 부부와 둘째 아들 로아크가 감당해야 하는 상실과 성장의 과정을 중심에 뒀다. 캐머런 감독은 “한 가족이 외부의 적과 싸우는 동시에,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호전적 '재의 부족' 등장…"AI 없는 순수 연기"
부제 ‘불과 재’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세력인 ‘재의 부족’의 등장이다. 1·2편에 등장했던 나비족 등과 달리 호전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은 얼굴에 붉은 분장을 한 리더 ‘바랑’을 중심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바랑은 찰리 채플린의 손녀 우나 채플린이 연기했다.
캐머런 감독은 “3편의 새로운 재미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크리처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부족들”이라고 말했다.
‘재의 부족’ 이미지는 감독이 2012년 파푸아뉴기니에서 목격한 화산 피해 지역에서 출발했다.
그는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그곳에 남아 살기로 선택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며 “그 질문이 재의 부족이 살아가는 공간과 정체성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늘을 나는 유랑 집단 ‘바람 상인’은 과거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감독 자신이 1970년대 그렸던 공중 크리처 스케치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캐머런 감독은 이날 업계의 우려를 언급하며 "배우는 대체불가하다"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관객이 화면에서 보는 것은 결국 인간이며, 배우는 스토리텔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화 시작 전 “이 작품에는 생성형 AI가 단 1초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영상이 상영되며, 배우들의 실제 연기 과정을 담은 장면도 함께 공개됐다.
다만 AI를 비용 절감을 위한 보조적 도구로 활용하는 데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VFX 비용은 급증한 반면 극장 수익은 30% 감소해 판타지와 SF영화가 지속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상상력과 꿈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리즈는 6편까지 기획돼 있지만, 캐머런 감독은 혹시 모를 흥행 변수를 고려해 3편에서 이야기가 완결되는 구조를 택했다.
그는 “캐릭터들이 겪는 도전과 고통, 아픔을 모두 드러내며 감정적으로 완결되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며 “‘불과 재’는 시리즈 중 가장 깊고 강렬한 감정에 도달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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