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 '고객신뢰 회복' 우선과제 내세우며 출범
취임 1주일만에 쿠팡 청문회 출석…韓정치권서 '김범석 책임론' 지속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박대준 기존 대표가 전격 사임한 가운데, 모기업인 미국 쿠팡 Inc.가 직접 위기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쿠팡 Inc의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인 해롤드 로저스가 한국 쿠팡의 임시 대표로 지난 10일 긴급 투입됐으며, 취임 1주일 만인 오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청문회에도 출석한다.
1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는 17일 과방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해외 거주' 등을 사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강한승·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함께 불출석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현재 해외 거주하고 근무하는 중으로 전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함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신 지난 10일 신임 대표로 취임한 '김범석의 복심'이자 법률 전문가인 로저스 한국 쿠팡 대표가 취임 1주일 만에 청문회에 나설 예정이다.
로저스 대표는 미국 국적의 1977년생으로 브리검 영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B.A.)를,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J.D.) 학위를 취득한 변호사이자 쿠팡 내 법률통이다.
2020년 1월 쿠팡에 합류한 그는 최고관리책임자(CAO)를 거쳐 2021년 12월부터 법무총괄을 맡았다.
미국 쿠팡 Inc. 내부에서는 김범석 의장에 이어 2인자로 평가받는 핵심 인사로 알려졌다. 김 의장과 하버드 동문이기도 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이력을 고려할 때 쿠팡이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법률·제도 대응 중심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가 전면에 나선 만큼, 국회 청문회 대응과 향후 수사·규제 국면 전반에서 법적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로저스 대표는 부임 직후 이번 사태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내부 공지를 통해 "지금 우리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이번 사태를 철저히 대응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보보안을 강화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고객 불안 해소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실행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 쿠팡이 대표 교체와 함께 정보보안 강화를 공식 입장으로 내세운만큼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투자 및 조직 강화 등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한편 쿠팡은 신임 임시 대표를 내세워 사태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을 책임지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정치권과 여론에서는 여전히 '김범석 책임론'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김 의장은 쿠팡Inc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오너이지만 2021년 한국 법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경찰이 여러 차례 쿠팡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징벌적 조치'를 위한 제도 개선을 주문하는 등 쿠팡 사태를 주시하자 김범석 의장에 대한 책임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모두 집중 포화를 하기도 했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는 단순한 개인적 불출석이 아니다"며 "기업 차원의 조직적 책임 회피,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이자 국회를 기만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규모 플랫폼의 경영진이 반복적인 사고와 책임 회피를 구조적으로 할 수 없도록 지배구조 책임 강화, 출석 의무 강화, 해외 체류 책임자에 대한 대응 체계 마련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 안보 위기를 초래한 쿠팡 책임자들이 청문회를 피할 궁리만 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무책임에 대한 더 큰 국민적 분노를 부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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