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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트럼프' 反이민 극우 후보 대선 승리…남미 우경화 가속

뉴스1

입력 2025.12.15 10:19

수정 2025.12.15 10:19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남미 칠레가 14일(현지시간) 실시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결과 극우 성향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가 압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개표가 약 95% 이뤄진 가운데 카스트는 58.3%를 득표해 승리를 확정지었다. 헤아네트 하라(51) 공산당 후보의 득표율은 41.7%에 그쳤다.

카스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범죄와 이민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며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네수 등지에서 온 이민자 급증…카스트 "취임일까지 떠나라" 최후통첩

칠레는 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꼽혔으나 최근 몇 년간 살인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며 사회적 불안이 커졌다.



특히 북부 국경지대로는 페루와 볼리비아의 범죄 조직이 유입되고, 경제난을 피해 넘어온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가 70만 명에 달하면서 치안과 이민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카스트는 국경에 5m 높이 장벽과 전기 펜스를 설치하고 불법 이민자 수십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칠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이민자들을 향해 "내년 취임일(3월 11일)까지 자진해서 칠레를 떠나지 않으면 가진 옷만 걸친 채로 추방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18개월 내로 60억 달러(약 8조9000억 원) 규모 공공지출을 삭감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밀레이·부켈레·노보아 이은 남미 우경화 물결

카스트의 당선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등 강경 우파 지도자들이 연이어 집권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일찍이 카스트를 지지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카스트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지역 안보 강화와 불법 이민 종식 등에서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스트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그의 급진적인 공약을 실현하려면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의회는 좌우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는 여소야대 구도이기 때문이다.


상원은 좌우 동수이며 하원에서는 중도 성향 정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대규모 지출 삭감이나 이민자 추방, 낙태 금지와 사후피임약 금지 같은 정책은 의회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리튬 강국인 칠레의 정권 교체는 경제 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카스트는 시장 친화 정책과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국영 구리공사인 코델코의 부분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