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대 어머니·동생 위해 엘리베이터 잡고 기다리던 아이
아이 어머니, 반성 담은 긴 편지…그 옆에 자녀 반성문도 부착
입주민도, 네티즌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더불어 사는 사회"
아이 어머니, 반성 담은 긴 편지…그 옆에 자녀 반성문도 부착
입주민도, 네티즌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더불어 사는 사회"
[파이낸셜뉴스]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린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연필로 꾹꾹 눌러쓴 반성문이 입주민은 물론 반성문이 올라온 온라인에도 훈훈한 감동을 줬다. 아이의 반성문 옆엔 아이의 행동에 사과하며 제대로 양육하겠다는 부모의 약속이 담긴 반성문도 붙어 있었다.
이후 입주민들은 아이의 반성문에 '공감'과 ''의 메시지를 올리며 응원했다.
해당 글은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자식교육은 이렇게'라는 짧은 제목으로 올라왔다.
어머니 편지에 아이의 반성문…온라인엔 "콩콩팥팥은 불변"
글 작성자인 A씨는 "아침 시간에 우리 아파트 한 어린이가 먼저 나와 엄마를 기다리며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었다"며 "엄마가 조금 늦게 나와 다른 입주민이 기다렸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본인의 반성문과 아이 반성문을 작성해 게시해 놨더라"며 어린이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사과 쪽지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 속 서툰 글씨로 작성된 아이의 사과문에는 "아침에 저는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못 타고 기다렸어요. 정말 죄송해요. 다신 그러지 않을게요"라고 적혀 있다.
그 옆에는 어머니가 쓴 반성문도 있다. A4 용지에 빼곡히 적은 어머니는 "오늘 아침 9시 20분경, 저희 아이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아두고 엄마인 저와 동생을 기다렸다. 그 사이 입주민들께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의 행동으로 빚어진 일도 적었다.
어머니는 "이 상황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린 입주민을 통해 알게 됐다. 저희 아이는 엄마와 동생이 금방 나올 줄 알고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다가 바로 타고 같이 내려가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바쁜 아침시간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시는 많은 입주민분들께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특히 그 시간 지하에서 오래 기다리신 입주민님께 직접 뵙고도 바로 사과드리지 못해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고 고백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변명의 여지없이 저의 불찰이지만,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너무 뜻밖이라 아이를 혼낼 생각만 했지 바로 사과드릴 생각을 못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저희 가정으로 인해 다시는 불편을 겪으시지 않도록 하겠다"며 3가지 약속을 적었다.
먼저 엘리베이터는 도착하는 즉시 타고 움직일 수 있도록 아이는 교육하고 자신도 지키겠다고 했다. 또 선의로 한 행동이어도 불편함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선의가 아님을 교육하고 아이 스스로 사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오늘 일은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부모인 저희의 잘못"이라며 "다시는 이런일 생기지 않도록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의와 규칙에 대해 바르게 잘 가르치고 본이 되겠다"며 마무리했다.
어머니의 글을 읽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아이가 반성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인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진을 올린 A씨는 두 장의 반성문 내용을 요약한 뒤 "결론, 콩콩팥팥은 불변이다"라고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를 칭찬했다.
입주민도 네티즌도 "따뜻한 세상" 한목소리
이후 A씨는 사진 한 장을 추가하면서 게시글 제목도 '자식교육은 이렇게~~후기 첨부'로 수정했다.
추가한 사진은 아이의 반성문에 입주민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 부착한 모습이다.
이들은 "안 좋은 마음 털어내고 가족과 행복한 주말 보내길 바라", "예쁜 편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용기 있게 사과해 준 OO이 멋지다" 등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입주민들의 반응에 새로운 결론을 추가했다.
그는 "다음날 당시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기다려셨던 입주민이 답장 써 줌. 다른 입주민들도 이런 훈훈한 모습에 쪽지를 써 줬다"면서 "결론,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라고 적었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아이가) 바르게 자랄 것 같다", "이런 게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입니다. 부모, 아이 다 사랑스럽다"거나 "어머니 글씨가 이쁜 걸 보니 마음도, 외모도 이쁘실 것 같다"고 긍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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