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심서현 기자 = 앞으로 300억 원 이상 규모의 정부 자산을 매각할 때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사전 보고해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을 매각할 때도 국회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자산 매각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긴급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이전 정부에서 국유자산이 저가에 매각됐다는 논란이 있다며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진행 중인 건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긴급지시의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시절 국유재산 매각이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낙찰가율이 급락했다는 지적이 자리 잡고 있다.
YTN 지분 매각 논란도 이번 대책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 2023년 유진그룹이 YTN 지분을 인수할 당시, 남산 서울타워 등 보유 자산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헐값에 매각했다는 지적이 여당 측에서 제기된 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5일 "국민의 재산 가치 훼손과 특혜 제공 문제가 확인되면 계약 취소 등 원상회복까지 강구하겠다"며 자산 매각 절차를 엄격화하는 제도 개선을 예고했었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우선 자산 매각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해 통제 장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개별 부처나 기관의 자체 전결로 매각이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예정 가격 300억 원 이상 자산을 매각할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소관 상임위에 사전 보고를 의무화한다.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매각 건은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등 매각 전문 심사기구의 사전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을 통해 "2022년 5월 이후 300억 원 이상 매각 건은 약 16건으로 전체 매각 금액의 40%를 차지한다"며 "300억 원 이상 건만 통제해도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헐값 매각 논란을 막기 위한 가격 산정 체계도 정비한다. 지금까지는 유찰 시 감정평가액 대비 최대 50%까지 할인 매각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감정가 대비 할인 매각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불가피하게 할인 매각을 해야 할 경우 사전에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공기관 민영화와 관련한 국회의 통제 권한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기관 지분을 매각할 때는 소관 상임위의 '사전 동의' 절차를 신설한다. YTN 사례처럼 국유 자산이 민간에 매각될 때 국회가 사전에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분 매각은 사실상 민영화 개념이므로 국회에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를 얻겠다는 취지"라며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면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보유한 국세 물납 주식 매각 역시 이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정부는 4조 7000억 원 규모의 NXC 지분(29.3%)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가족이 상속세로 물납한 주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만약 물납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번에 마련된 강화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매각 의사결정 즉시 입찰 정보를 온비드(공공자산 처분시스템)에 공개하고, 매각 후에는 자산 소재지와 가격, 매각 사유 등 상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행정부 자체적으로 이행 가능한 제도 개선 사항은 연내 즉시 시행하고, '국유재산법'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2026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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