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정례협의를 16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외교부의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각각 한미의 수석대표로 임할 예정인데, 정부 내에서 통일부의 회의 참여 여부를 두고 이견이 상당했던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통일부는 기본적으로 사실상 협의체 성격의 채널을 통해 한미가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회의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례회의가 2018년 비핵화 협상 때 꾸려진 한미의 '워킹그룹'의 재현이라며, 미국이 남북 간 협력과 교류에 '사실상의 승인 주체'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남북 양자 관계 설정에 美의 '과도한 개입' 우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날 오전 중으로 정동영 장관 주재 간부회의를 열고 한미 간 정례회의에 참여할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한미관계는 외교부가 소통하게 돼 있지만 사안에 따라 대북관계와 관련해서는 통일부도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해 외교부 주도의 대북정책 논의에 찬성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통일부가 문제를 삼은 한미 '워킹그룹'은 지난 2018년 창설한 외교당국 간 소통 창구 외 별도의 협의체로 외교부-국무부를 중심으로 유관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북미 주도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위해 상황을 공유하고 필요한 논의를 하기 위한 일원화된 소통 창구였다.
그런데 미국이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이 비핵화 협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에 부정적 의견을 내고, 독감 치료제 지원에 사용할 트럭이 북한 지역으로 가는 것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남북 양자 교류에 회의적인 기조를 보이자 통일부 내에서 큰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통일부 측에서 회의의 명칭을 바꾸고 관련 논의도 한미가 '동등한 입장'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외교부와 통일부가 상반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례협의가 사실상 미국 측의 '승인'을 받는 구조로 변질된 2018년 워킹그룹의 전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 지속…李 대통령 의중은?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이재명 정부 내에서 강한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 '자주파'와 '동맹파'라는 두 진영의 대립이 깔려 있다.
자주파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정동영 장관을 중심으로 남북관계를 양자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맹파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의 공조하에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외교관 출신들이 핵심 인사들이다.
두 진영은 위 실장을 중심으로 외교관들이 전면배치된 NSC의 운영 방식을 두고 충돌하거나, 대북제재 유지와 대북 인권 문제 압박에 대해서도 '풀어야 한다'(자주파)와 '현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동맹파)로 상반된 편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북 두 국가' 문제에 대해서도 자주파는 '현실적 두 국가론'을 주창하는 반면, 동맹파에서는 '두 국가'는 헌법상 인정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나 유엔총회 연설 등 외교에 있어서는 동맹파의 입장을, 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대북 유화책은 동맹파에 입장에 기반한 결정을 내려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한미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22기 자문위원 출범식에선 '핵 없는 한반도'라는 같지만 다른 용어를 쓴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내에서 '이견'이 있음을 넘어 입장 차이가 갈등으로 비화하는 상황을 대통령이 방치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차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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