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홍콩의 최대 야당이자 대표적 온건 민주화 세력이었던 민주당이 창당 30여년 만에 해산을 공식 결정했다. 지난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국가보안법 시행과 선거제 개편 등을 거치며 급격히 위축돼 온 홍콩 민주진영은 이번 결정으로 제도권 정치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외신들은 홍콩의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해체 절차에 들어갔던 민주당은 14일(현지시간) 임시총회를 열고 해산안을 표결에 부쳤다. 참석한 당원 121명 중 117명이 찬성해 당의 존재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로킨헤이 민주당 대표는 표결 직후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한 장을 마무리하게 됐다”며 “힘닿는 범위에서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현 정치 환경에서는 지속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창당 멤버인 영섬 부대표는 “이번 결정은 홍콩이 개방적·자유사회에서 권위주의로 후퇴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하면서도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2월 지도부 차원에서 해산 방침을 확정한 뒤 해체 수순을 밟아 왔다. 4월 해산 결의안 마련, 8일 입법회 선거(야권 후보 없음) 이후 총회 표결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홍콩 야권의 급격한 축소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AP통신은 이번 결정을 “한때 다양했던 홍콩 반자치 정치 지형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민주당은 중국 당국의 직접적 압박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지도부는 과거 외신 인터뷰에서 당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보통선거권을 주장하면서도 당헌에 “홍콩은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라는 조항을 명시한 온건 자유주의 정당이었다. 1994년 창당 후 1998년 입법회 선거에서 60석 중 13석을 확보하며 홍콩 민주세력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19년 반정부 시위, 2020년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2021년 ‘애국자만 출마 가능’ 선거제 개편을 거치며 민주진영은 사실상 와해됐다.
지난해 시민당이 해산한 데 이어 올해 6월 사회민주당연맹(LSD)까지 문을 닫으면서 이번 민주당 해산은 홍콩 민주화를 지탱해온 마지막 제도권 세력의 소멸로 규정되고 있다.
홍콩침회대 정치학 교수였던 벤슨 웡은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민주당 해산은 1997년 반환 이후 이어진 민주화 운동의 점진적 종말을 보여준다”며 “중국 당국이 적으로 간주하면 온건함조차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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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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