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뉴스1) 양새롬 기자 = "저 위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천궁 다기능 레이다의 안테나군입니다. 360도를 전부 커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중입니다"
지난 12일 방문한 한화시스템(272210) 구미 신사업장은 K-방산의 '눈'을 생산하는 곳이다. 천궁-Ⅱ로 알려진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의 다기능 레이다(MFR)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화시스템이 '레이다 명가'로 거듭날 수 있는 핵심인 셈이다.
실내에서도 바람 소리를 낼 정도로 계속해서 빠르게 회전 중인 이 안테나군은 모든 방향에서 접근하는 적 전투기와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화시스템은 28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사업장 대비 2배 이상 넓어진 신사업장을 최근 준공했다. 축구장 12배 규모(8만9000㎡)에 달하는 신사업장에 연구개발(R&D)부터 생산·테스트·수출 기능이 한 곳에 집약된 통합형 체계를 구축했다.
덕분에 이곳 천궁 체계 레이다 조립·시험장도 레이다의 안테나 근접전계시험부터 성과기반군수지원(PBL) 순환정비까지 제품 전 수명주기를 한 공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원스톱 생산 시설이 됐다.
실제 바로 옆쪽에는 안테나 성능 측정에 필요한 안테나 근접전계 체임버(무반향 실험실)가 설치돼 있었다. 높이 11m, 폭 9m의 체임버 안에서 전파를 쏴 안테나 속 7000여개의 초점을 일일이 맞추는 식이다.
안경을 하나 맞출 때도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테나의 초점을 확인하는 일은 꽤 복잡한 일임이 틀림없다. 천궁-Ⅱ 다기능 레이다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올해 이라크에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중동 3개국에 대규모 수출을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신사업장에 국내 방산업계 최대 규모인 1500평 클린룸뿐만 아니라 자재관리실을 마련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기존 대비 생산 공간과 설비 용량을 30~40% 확장, '글로벌 생산 허브' 역할을 수행할 신사업장의 물류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에 700평 규모의 자재관리실에선 약 2만 종의 원자재 및 첨단 부품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관리 중이다. 이날도 물류 로봇 10대가 레일을 따라 상하좌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재료를 크기별로 8종으로 나눠, 입출고를 돕고 있었다. 이처럼 부산한 로봇들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은 오히려 한손에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수평으로 펼쳐 놓는다면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빈(보관상자)을 8m 정도까지 쌓아 올리면서 300평 정도의 면적을 절감할 수 있었고, 담당 인력도 총 11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며 "재고 정확도도 향상되고 물류 효율도 개선됐다"고 전했다.
자율이동로봇 AMR도 시범 적용해 최적화 중이다. AMR이 물류 로봇으로부터 재료를 받아 사람의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 스스로 문을 열고 에어샤워를 통과한 뒤 무진동 청정실에 직접 전달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용진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은 "기존에는 임차사업장을 사용하다 보니 제조동이 5개 건물에 흩어져 있었다"면서 "지금은 제조동에서 조립과 신뢰성 시험, 출하까지 한 건물에서 다 이뤄진다. 제조 공정의 효율화를 통해 단위 시간당 생산량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최첨단 생산시설인 신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대표 제품은 K2전차 조준경 및 사격통제장비, 천궁-II의 핵심인 다기능레이더, 한국형 전투기(KF-21)에 탑재되는 항공전자 장비다. 해군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 등 우리 군의 감시정찰 및 대한민국 방어체계의 핵심 전자제어 장비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제조동 맞은편인 개발시험동에선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전투체계 개발·검증을 위한 시험도 한창이었다. KDDX 사업자 결정과 별개로 KDDX에 실릴 전투체계는 이미 다양한 전시 상황을 가정, 다방면으로 성능을 검증하는 중이다. 대공전·대함전·전자전·대지전 등 동시다발적인 전투 상황에서 함정의 지휘 및 무장통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IT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정세진 한화시스템 커뮤니케이션실장은 "결국 신사업장에서 만드는 제품은 한화 그룹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한화시스템의 핵심 기술과 장비들이 K-방산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고, 방산업계가 협력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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