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원·하청 성과급 차별없앤다" 한화오션 결단…車·철강 확산 주목

뉴스1

입력 2025.12.15 12:08

수정 2025.12.15 14:20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2025.10.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2025.10.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9/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29일 울산조선소에서 파업 집회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9/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한화오션 비정규직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쟁의조정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원청의 즉각적인 교섭으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중앙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5.12.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한화오션 비정규직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쟁의조정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원청의 즉각적인 교섭으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중앙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5.12.15/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한화오션(042660)이 사내 협력사(하청) 직원에게 정규직(원청)과 동일한 성과급 비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선업계는 물론 자동차, 철강 등 고용 구조가 비슷한 업계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한화오션의 조치에 대해 "바람직한 기업 문화"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재계는 한화오션의 상생안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다른 기업과 업종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원·하청 교섭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협력사 1.5만명 성과급 적용 비율 동일하게"…한화오션 상생안 결단 파장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1일 "사내 협력사에 대한 성과급을 한화오션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과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의 상생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먼저 공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 보고에서 한화오션의 상생안에 대해 바람직한 기업 문화라고 추켜세웠다.

이후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의 상생안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성과를 원하청이 차별 없이 함께 공유하게 됐다"며 "조선업계에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협력사에 지급하는 성과급 비율이 원청 근로자의 비율보다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한화오션 역시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매년 같은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실제 지난해 한화오션 원청 근로자의 성과급 지급률은 기본급의 150%였으나, 하청은 절반 수준인 7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처우 차이 문제가 숙련공 확보 어려움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상생안, HD현대·삼성重 등 확산 가능성 …"업체별 상황 달라"

원·하청 동일한 성과급 지급은 조선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외부의 압박도 시작했다.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329180)을 둔 울산 동구의 김종훈 동구청장은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처럼 하청 노동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말했다.

거제상공회의소 역시 "조선업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원하청 간 처우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업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조선업은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특성으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이 때문에 정규직 비율은 30~40%에 불과, 자동차와 철강 등 다른 업종보다 현저히 낮다.

기업별로 성과급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의 평균 성과급은 약 2700만 원이다. 이는 한화오션의 지급액과 큰 차이다. 지난 2022년 8년 만에 다시 성과급을 지급한 삼성중공업(010140)은 원·하청에 동일한 비율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성과급 지급 비율과 규모 등 차이는 크다"며 "(한화오션의 상생안이)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한 만큼 (임금 격차 문제는)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車·철강 등 산업계 전반 확대 '촉각'…내년 노란봉투법 겹치며 교섭 구조 '흔들'

조선뿐 아니라 자동차, 철강 등 원·하청 구조를 지닌 다른 업종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맞물려 산업계 교섭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그동안 원청인 대기업은 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상생협력기금 출연 또는 복지 지원 등으로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임금이나 성과급 등에 직접 개입하면 하청 근로자의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인정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상생안은 원청인 한화오션이 하청인 협력사 성과급 규모를 '직접' 보장한 만큼 원청의 사용자 성격을 더 짙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원청인 현대차(005380)를 상대로 성과급 인상 주장을 한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하면 원청을 향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며 "한화오션의 상생안이 성과급 지급 비율을 명시한 만큼 이 부분에서 원-하청 교섭 구조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