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정세현·이재정·조명균·김연철·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전문성이 없고, 남북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북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미 외교당국이 지난 2018년 11월 출범시켰던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 개선에 발목만 잡고 2년 7개월여 만에 종료한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미워킹그룹 폐지는 남북관계 진전을 저해한다는 국내외 지적 때문이었다. 워킹그룹은 미국과의 제재 면제 논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남북 간 협력사업이 워킹그룹의 승인 절차로 인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에 '발목잡기 기구'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미는 워킹그룹의 부정적 영향에 공감하고, 대북정책 공조를 북핵 수석대표 및 국장급 협의로 대체해왔다.
전직 통일장관들은 "대북정책을 외교부가 주도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의 원칙에 반한다"며 "과거 남북관계 역사에서 개성공단을 만들 때나 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 외교부는 미국 정부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보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통일부가 중심이 되어 남북관계 재개 방안을 마련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외교당국은 이르면 16일 대북정책 공조를 위한 정례적 정책 공조회의를 갖는다. 하지만 외교부는 한미 대북정책 정례 협의가 일각에서 우려하는 워킹그룹의 형태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협의체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정책적 이견을 조율하고, 한미 간 메시지의 일관성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미 간 대북 유화 메시지와 한미연합훈련 조정론 등에서 입장 차이가 나타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정례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 측에서는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 미국 측에서는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수석대표로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가 더욱 중요해지면 일본이 포함된 한미일 3자 협의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한미 중심의 협의가 우선이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일 정례협의체 관련해서 외교부와도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 우려중인 부처간 갈등에 대해선 ‘원팀’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북 정책과 관련해 통일부에서 자체적으로 미국과 아직 직접 소통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한미간 대북정책 논의를 위한 공식 소통창구는 외교부라는 것에 대해선 통일부도 인정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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