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13년 전 음주 뺑소니' 숨겼다 제적된 군인...법원 "퇴직급여 거부 적법"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13:58

수정 2025.12.15 13:58

군인연금 청구권 시효 소멸 판단..."형사 판결 시점부터 적용해야"
서울행정법원. 뉴스1
서울행정법원. 뉴스1

[파이낸셜뉴스]과거 음주 뺑소니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정년 전 드러나 제적된 군인이 퇴직수당과 퇴역연금 지급을 거부당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퇴직 군인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을 상대로 낸 군인연금 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육군에 임관해 복무하던 시절 혈중알코올농도 0.169%의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신호를 위반해, 자신의 오른쪽에서 좌회전하던 택시의 앞 범퍼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는 전치 2주의 경추부 염좌상을 입었고, 차량 수리비 약 15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군인 신분을 밝히지 않아 사건이 군 수사기관으로 이첩되지 않았고, 2006년 민간 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죄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이후 A씨는 별다른 문제 없이 군 복무를 이어가다 정년 전역 절차 과정에서 뒤늦게 해당 형사판결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19년 제적 및 보충역 편입 명령을 받았다.

그럼에도 A씨는 2021년 7월 퇴직수당과 퇴역연금을 신청했고, 국군재정관리단은 복무기간 24년 1개월을 기준으로 군인연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 관리단은 퇴직수당과 퇴역연금 명목으로 약 2억977만원을 지급했고, 이후에도 2023년 1월까지 매달 111만8830원의 퇴역연금을 추가로 지급했다.

그러나 이는 지급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 시점을 잘못 판단한 데서 비롯된 조치였다. 군인연금법에 따르면 퇴직급여 청구권은 형사판결 확정으로 당연퇴직된 시점인 2006년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돼 2011년에 만료됐다. 관리단이 이를 제적 명령이 내려진 2019년으로 착각하면서 지급 대상이 아닌 급여를 지급하게 된 것이다. 이후 2023년 2월에 이르러 퇴직급여 지급을 중단하고, 이미 지급된 약 2억3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A씨는 이에 대해 환수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시효가 소멸된 상황에서 지급 결정을 취소하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이미 지급된 금액을 일괄 환수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였다. 이를 근거로 A씨는 지난해 9월 관리단에 미지급된 연금을 포함한 퇴직급여 지급을 다시 요구했지만, 관리단은 소멸시효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A씨는 다시 지급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번 소송에서 퇴직급여 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며 A씨가 군인연금법상 퇴직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사판결이 확정된 2006년부터 시효가 진행돼 2011년에 만료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관리단이 소멸시효 완성 후인 2021년 9월 14일 A씨에게 군인연금 지급결정을 하고 퇴직급여를 지급했다고 해서 A씨의 퇴직급여 지급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실을 알고도 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인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효과의사까지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리단의 지급은 착오에 따른 것이며, 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