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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억 소득·5억 코인' 자영업자 빚 탕감…새출발기금 '줄줄'

뉴스1

입력 2025.12.15 14:46

수정 2025.12.15 15:23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 2025.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은 시민들과 관광객들. 2025.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코로나19 이후 채무를 조정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재기를 지원하는 '새출발기금'이 상환 능력이 충분한 차주에게도 원금을 대폭 감면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새출발기금은 가상자산·증여·비상장주식 등 재산 숨기는 행위에도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자영업자들의 빚까지 탕감해 줄만큼 방만한 운영으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대거 적발되면서, 제대로 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한국자산관리공사 정기감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는 새출발기금 원금감면율 산정 방식을 불합리하게 설계해 돈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차주에게도 원금 대부분을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자영업 채무탕감 '새출발기금' 구멍

채무조정은 현 소득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없어 채무변경을 통해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는 절차이므로, 소득 등 변제능력에 맞게 채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공사는 변제가능률이 70% 초과하는 경우에도 차등 없이 모두 60%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 변제가능률이 100% 이상인 차주조차도 최소 60%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원금 감면자 3만 2703명의 변제능력을 분석한 결과, 총 1944명이 변제가능률 100% 이상으로 변제능력이 있는데도 계 840억 원을 감면받고 있었다.

일례로 월 소득 8084만 원인 A씨(만 50세, 10년 상환)는 변제가능률이 1239%인데도 감면율을 62%로 산정해 채무 3억 3000만 원 중 2억 원을 감면받았다.

월 소득 2023만여 원인 B씨는 변제가능률이 5009%임에도 감면율을 62%로 산정해 채무 2818만여 원 중 1747만여 원을 감면받았다. 월 소득 1억 954만여 원인 C씨도 변제가능률이 2만 2036%인데도 채무 6903만여 원 중 4832만여 원을 감면받았다.

'채무 감면받으려'…재산 숨기기 행위 가능성

또한 새출발기금의 채무감면액은 회수가능액의 규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신청자가 가상자산이나 비상장주식 취득 사실을 숨기거나 신청 직전 재산을 가족에게 증여하는 등의 사해행위 가능성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새출발기금 출범부터 지난 2월까지 무담보채무를 감면받은 인원 2만 5114명 중 3000만 원 이상 감면자 1만 7533명을 대상으로 가상자산·비상장주식 보유현황·증여 사실을 점검했다.

그 결과, 2024년 말 기준 가상자산 1000만 원 이상 보유자는 269명(최대 보유금액 5억 7000만 원)이고 이들의 원금감면액은 225억 원이었다.

일례로 E씨는 새출발기금을 신청해 채무 3326만여 원을 감면(감면율 65%)받았는데, 그다음 해에는 5억 7681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F씨는 새출발기금 신청 후 5개월 만에 채무 1억 1217만여 원을 감면(감면율 72%)받았는데, 그해 말 기준 4억 3922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증여·비상장주식 숨기기 혐의도…재산조사 방식 개선 필요

새출발기금 채무감면 신청 전후로 1000만 원 이상을 증여한 경우도 77명, 원금감면액은 66억 원이었다. 일례로 G씨는 자녀에게 총 6억 원 상당의 토지 및 오피스텔을 증여한 뒤, 다음 해에 새출발기금을 신청해 채무 6466만여 원을 감면받았다.

H씨는 아내에게 총 5억 9314만여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증여했는데, 이 기간 새출발기금을 신청해 채무 3261만여 원을 감면받았다.

비상장주식 보유자도 39명(최대 보유금액 5억 원), 원금감면액은 34억 원으로 확인됐다. I씨는 새출발기금 신청 후 4개월 뒤 채무 3210만여 원을 감면(감면율 74%)받았는데, 그해 말 기준 9000만 원 상당의 3개 사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사와 금융위원회는 감사원에 "소득의 변동성이 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특성을 감안하되 채무 대비 소득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 등을 원금감면율 산정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보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재산조사 방식 개선 문제에 관해서는 "정보조사권 부여 등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되,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시 가상자산, 비상장주식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재산을 은닉한 오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보유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확인된 채무자에 대해서는 채무자 진술, 증빙자료를 통해 채무조정 혜택을 받기 위한 고의적 증여임이 확인되는 경우 채무조정 약정을 해지하겠다"며 "앞으로 채무자가 채무조정 약정 시 비상장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새출발기금 신청 전후로 증여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