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달러·원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 환헤지 등 가용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환율이 1480원 턱밑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1500원마저 위협하자 마땅한 추가 대응 카드를 찾기 어려운 외환당국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휴일 긴급회의에 복지·산업부도 '호출'…달러 약세에도 원화만 '비명'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14일) 오후 휴일임에도 '긴급 경제장관 간담회'를 소집해 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외환·금융 당국 수장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부들도 참석했다. 단순히 거시·금융 정책만으로는 환율 방어가 어렵다고 판단해, 외환시장의 핵심 수급 주체인 국민연금과 수출기업의 자금 흐름까지 전방위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구 부총리와 이 총재가 고환율에 대응해 수차례의 구두 개입에 나섰고,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했음에도 시장의 내성만 확인한 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야간 거래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 중 한때 1479.9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위협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되며 글로벌 달러화는 약세 압력을 받았지만, 유독 달러·원 환율만 약세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 호재도 원화 약세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수출기업 '달러 풀기' 등 추가대책 거론…전문가 "인위적 개입 한계, 펀더멘털 문제"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지만, 구두개입과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 외에 외환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수출 기업과 개인 투자자(서학개미), 국민연금 등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 점검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대책으로 △기업의 해외 부문 이익 국내 환류 △개인의 해외 투자 리스크 점검 △국민연금의 환헤지 및 투자 비중 조절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에 다음 대책으로 유력한 카드는 수출업체들의 '래깅(Lagging·달러 매도 지연)' 해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환차익을 기대하며 달러를 쥐고 있는 기업들에 세제 인센티브 등을 부여해 물량을 시장에 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개입의 한계를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도 내년 수입 계획을 짜면서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고,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는 구조라 매수·매도 수요가 얽혀있다"며 "큰 인센티브가 없으면 수출업체들에 달러를 풀라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의 고환율은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닌, 장기간 누적된 한미 금리 역전과 원화 펀더멘털의 문제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김 교수는 "내외 금리차가 역전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환율이 단기간에 내려가긴 쉽지 않으며, 가계부채 등 대출이 워낙 많이 나가 있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는 미세조정 외에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환율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 구간은 지난해 말, 올해 초 고점으로 형성됐던 강력한 저항 구간이지만 달러가 반등하거나 수급불균형이 확대된다면 추가 상승도 예상되는 구간"이라며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달러·원 환율 하락을 위해서는 제조업 업황 개선을 통한 성장률 제고, 외국인의 대규모 투자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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