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최근 국가유공자 지정으로 논란이 된 고(故)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제주4·3 당시 그의 행적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15일 오후 제주시 한울누리공원인근에 있는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옆에 '4·3 역사 왜곡 대응 안내판(바로 세운 진실)'을 설치했다.
도는 "4·3 관련 왜곡 현수막 게시, 영화 상영, 왜곡 발언, 표지석 설치 등 제주4·3의 역사를 왜곡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주4·3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안내판 설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안내판이 세워진 장소는 제주4·3 당시 도민 강경 진압을 주도했지만 국가유공자로 지정돼 논란이 된 박진경 대령 추도비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령은 1948년 5월 9연대장으로 제주에 부임한 뒤 도민을 무차별 학살하고 "도민 30만을 모두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발언한 인물이다.
부임 한 달 만인 1948년 6월 18일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했다.
박 대령의 추도비는 1952년 11월 군경원호회가 토벌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이유로 제주시 관덕정 경찰국 청사에 세웠다가 이후 노형동 충혼묘지로 옮겨졌다.
그 동안 4·3 단체를 비롯해 제주도의회에서도 박진경 추도비 철거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2022년 제주국립호국원이 개원하면서 지금 장소로 이전됐다.
도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안내판 내용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안내판에는 1945년 8월 광복 이후 정세와 1947년 3월 관덕정 경찰 발포 사건, 1948년 4월 무장봉기 등 시대 상황과 함께 1948년 5월 입도한 박진경 대령의 약 40일간 행적과 박진경 대령을 암살한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오영훈 지사는 "대한민국 국민을 학살한 주범에게 국가유공자 증서가 발급되는 현재의 잘못된 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제주도는 앞으로도 제주4·3의 진실과 평화·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박 대령 추도비 이외에도 4·3 역사 왜곡 논란 시설물인 경찰지서 옛터 표지석과 북촌리 학살을 주도한 함병선 장군 공적비 등에도 안내판 설치 또는 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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