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사천피 안착에도 中企·벤처는 자금난… 힘 못받는 ‘장외주식’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18:18

수정 2025.12.15 18:17

K-OTC 시장 시가총액 17조원
코스피 75% 늘때 고작 2% 증가
진입 문턱 높고 시장 신뢰도 낮아
기관투자 참여 미미한 점도 한계
사천피 안착에도 中企·벤처는 자금난… 힘 못받는 ‘장외주식’
올해 코스피 사천피 안착에도 장외 주식시장(K-OTC)은 좀처럼 온기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장외 주식시장 진입문턱은 높아진 반면, 개인 거래 중심의 시장형성이 여전하고, 주가 신뢰성이 낮아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K-OTC 시장의 시가총액은 16조9408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16조6044억원에서 불과 2.0% 늘어난 규모다. 같은기간 코스피 시총이 196조3328억원에서 343조5670억원으로 대비 74.99% 증가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코스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가 증시 상승을 견인한 반면, 중소·벤처 기업 비중이 높은 장외시장에는 유동성이 거의 유입되지 않은 셈이다.

구체적으로로 K-OTC 시총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K-OTC 시가총액 1위는 SK에코플랜트(3조1000억원), 2위는 LS전선(2조4000억원)으로 K-OTC 시총의 약 32%를 차지한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말 시총(2조3000억원) 대비 8000억원이 증가했고 LS전선은 작년 말(1조9000억원) 대비 5000억원가량 늘었다. 장외시장 전체가 성장했다기보다는 일부 대기업 계열 종목이 시총을 방어한 셈이다.

K-OTC 시총이 정체된 요인으로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K-OTC 상장 문턱이 높아졌지만, 유동성은 부족한 게 문제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22년 시세조정 등으로 K-OTC 시장을 혼란케 했던 두올물산(카나리아바이오) 사건 여파로 K-OTC 진입 요건과 퇴출 요건을 강화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과거 두올물산 등 문제 사례 이후 진입요건을 정성적으로 강화했다"면서 "단순 재무 수치를 내세워 상장을 하려는 기업은 상장을 불가하도록 했다. 사업 지속성, 경영진 이력, 비즈니스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것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보고서, 결산서류 미제출, 감사의견 거절 시 개선기간 없이 빠른 퇴출이 진행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진입은 까다로워지고 퇴출은 신속해졌다. 과거 부실 사례 재발을 막고 시장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여기에다 장외시장 투자가 말라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중소·벤처기업에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돈맥경화'가 K-OTC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미미한 개인들만의 시장이라는 점도 한계점이다. 장외시장은 거래대금이 미미해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하고, 호가 간격이 커 실질적인 매매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기관투자가의 참여는 사실상 제한돼 있다.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들은 내부 규정과 공정가치 평가 부담 등으로 장외주식 투자가 제한적이다.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은 '신용등급 우량자산' 중심의 운용이 원칙이다. 장외시장은 중소·벤처기업이 대부분으로 신용등급 미부여 기업이 다수라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코스피는 연기금 등이 적극 나서 증시를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또 K-OTC는 주문 시 현금이나 주식을 전액 확보해야 하는 위탁증거금 100% 시장인 점도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K-OTC 시장은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 시장처럼 결제일까지 자금을 운용하거나 차입·신용거래를 활용할 수 없어, 기관·연기금 투자자들에게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위탁증거금 100% 구조에서는 자금을 장기간 묶어둬야 해 포트폴리오 운용이 어렵다"며 "기관 입장에선 굳이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장과 연결 고리가 약해진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K-OTC가 코스닥·유가증권시장 상장 전 단계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상장 심사 강화와 상장 이후 주가 부진 사례가 늘며 '상장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가 크게 낮아졌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