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장기 유사체 '오가노이드' 도입… 신약개발 한계 극복한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18:21

수정 2025.12.15 18:20

줄기세포 3차원 배양해 만든 모델
화학연구원 발빠르게 플랫폼 구축
실제 인체서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
한국화학연구원 오가노이드 연구개발(R&D)을 주도한 김기영 화학연구원 희귀질환치료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 오가노이드 연구개발(R&D)을 주도한 김기영 화학연구원 희귀질환치료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이 신약 개발 과정의 난제로 꼽혀온 2차원 세포 실험 환경 극복을 위해 '오가노이드'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3차원의 복잡한 인체 세포 구조 환경을 감안한 입체 구조 분석을 통해 신약 연구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15일 화학연구원에 따르면 김기영 화학연구원 희귀질환치료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연구팀은 인체 장기를 닮은 오가노이드 기반의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국내 연구기관 중 선도적으로 구축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해 만든 '미니 장기 모델'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손톱 크기만 한 장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처럼 주름을 형성하며, 간 오가노이드는 독성을 처리하는 작용까지 수행한다.



김 연구원은 오가노이드 기술의 발전에 대해 "종이 지도로 산맥을 넘던 시대에서 드론으로 지형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시대로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를 통해 약물이 실제 몸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약물 효능·독성 예측력 향상, 희귀질환 모델링 가능, 실험 재현성 증가라는 혁신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기존 신약 개발의 실패 확률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이 화학연구원에서 연구를 시작했던 시기, 전 세계 대부분의 연구실에서 세포는 납작한 플라스틱 접시에 퍼져 있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던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면 세포에서는 잘 듣던 약이 인체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반복되는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이 문제의 본질이 "실험 모델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고 느꼈고, 오가노이드 기술을 연구센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연구실의 풍경을 바꿨다.

연구팀은 오가노이드 기술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줄기세포에 미세한 실리카 나노입자를 입혀 '나노바이오 하이브리드 세포'를 만든 것이다. 이 기술은 기존 3D 세포보다 생존율이 높고 조직 재생 능력이 뛰어났다.

연구팀은 이 밖에도 생물학적 기전을 여러 질환에 확장 적용하는 연구 전략을 펼쳤다. 김 연구원의 연구 성과는 실험실에 머물지 않았다. 논문 71편, 특허 120건 이상, 기술이전 13건이라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2021년 테라시드바이오사이언스가 도입한 'DYRK1B 활성 저해 물질'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기업이 당장 쓸 수 있는 기술만 찾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끈질기게 설명하면 결국 기술의 가치를 기업도 인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의 가치를 꾸준히 입증해 연구 성과를 산업계로 확산시킨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