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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 수수료 줄고 결제시간 단축… "B2B 결제 효율화 모델"[속도내는 스테이블코인]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18:29

수정 2025.12.15 18:28

스테이블코인 시대 열린다 (4) 은행 발행 화폐, 어디서 쓰일까
증권결제·송금·무역정산 등 활용
국제송금 수수료 6%→ 1% 절감
환율변동 위험·유동성 부담 완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요처 고민
송금 수수료 줄고 결제시간 단축… "B2B 결제 효율화 모델"[속도내는 스테이블코인]
송금 수수료 줄고 결제시간 단축… "B2B 결제 효율화 모델"[속도내는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점차 실사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과 달리 안전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을 강점으로 증권결제, 기관 간 송금, 무역정산 등 기업·기관 거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개인 소비보다는 기업간거래(B2B) 결제 효율화 모델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무역·기관 결제서 '선활용'

1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스테이블코인의 무역거래 활용과 한국 무역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활용할 경우 국제 송금 수수료는 평균 6%에서 1% 내외로 줄고, 결제시간은 수일에서 수분 단위로 단축될 전망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국가 간 거래 비용을 최대 99%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은행은 연간 약 150조달러 규모의 결제를 스위프트(SWIFT)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방식은 결제에만 2~5일이 소요되고, 비용도 건당 25~35달러에 달한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중개자의 개입 없이 결제가 가능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무역대금 결제 지연으로 발생하는 환율 변동 위험과 유동성 부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 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JP모건의 'JPM코인'이다. JP모건은 2019년 JPM코인을 개발한 뒤 2020년부터 기업·기관 고객 간 실시간 자금 정산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기존 국제송금에서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던 결제 절차를 대폭 단축했으며,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기관 간 정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은행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쓰비시UFJ·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 등 3대 은행이 참여한 '프로그맷 코인(Progmat Coin)'은 증권결제에 특화된 은행형 스테이블코인이다. 토큰증권(STO)을 거래할 때 결제수단으로 활용되며, 증권인도와 대금지급을 동시에 처리하는 디지털 증권대금동시결제(DvP) 구조를 구현했다.

■국내도 B2B 결제 실험

국내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논의 단계에 있다. 활용처로 거론되는 것은 무역금융 개선, STO 결제, 기업 간 자동정산 등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보고서를 통해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스마트계약을 연계한 시뮬레이션을 소개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트럭이 대전에 도착하면 운송대금의 절반을 지급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운송을 완료하면 잔금과 화물기사의 운임을 자동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미국의 물류업체 DX Express는 이런 GPS 기반의 지급 조건 스마트계약을 실행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개인의 소액결제 수단을 넘어 기업 거래 중심의 금융·정산시스템 효율화 수단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아울러 한은은 내년 상반기 기획재정부와 함께 국고보조금을 디지털화폐로 지급하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 4~6월 기관용 디지털화폐에 기반한 예금토큰 실거래 시범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을 시행한 바 있다.

다만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활용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박효민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완결을 위해서는 제도 도입 이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처를 적극 발굴하고, 외화 및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확대를 감안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