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건아 측 "선수 동의도 없이 관련 규정 변경해"
KCC "최종 영입 구단 한국가스공사가 부담해야"
[서울=뉴시스] 하근수 기자 = 특별 귀화 선수로 과거 한국 농구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센터 라건아가 전 소속팀 부산 KCC와 세금 문제를 놓고 법정 분쟁을 벌인다.
라건아의 법무대리인인 법무법인 현림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라건아가 KCC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알렸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라건아가 KCC 소속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납부했던 종합소득세 약 3억9000만원을 당시 부담 주체였던 KCC로부터 돌려받겠다는 소송이다.
프로농구 팀들은 외국인 선수와 계약 시 세후 기준으로 연봉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세금은 구단 측에서 보전해 주는데, 가을에 개막해 봄에 막을 내리는 프로농구의 특성상 외국인 선수가 팀을 옮길 경우 기존 소속팀과 새로운 팀 사이 세금 부담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5월 KBL은 제29기 7차 이사회를 열어 라건아의 신분을 외국 선수로 분류하고, 외국 선수의 해당 연도 소득세는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올여름 라건아를 영입한 한국가스공사가 세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라건아는 KBL과의 특별 귀화 선수 계약 및 KCC와의 전문서비스계약(PSA)에 따라 자신이 부담했던 종합소득세를 KCC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라건아 측은 "KCC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라건아를 영입할 타 구단에 떠넘기기 위해, 선수의 동의도 없이 관련 규정 변경을 주도했다"며 "세금 납부 의무자(채무자)가 채권자(선수)의 동의 없이 그 의무를 제삼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민법상 허용되지 않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짚었다.
이어 "채무 부담 주체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를 선수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 없이 KBL의 내부 의결로만 처리했다면 그 절차와 효력에 대해 법적 다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라건아는 이러한 논의나 결정 과정에서 동의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음은 물론, 관련한 안내나 통지조차 받지 못했다. 선수의 권리와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KCC가 주도한 KBL 내부 결의만으로 처리하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일방적으로 선수에게 전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KCC는 이번 라건아 문제가 KBL과 한국가스공사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목했다.
지난해 5월 이사회 결의에 참석했음에도 세금을 부담하지 않은 채 라건아를 영입한 건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KCC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세금은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한다고 돼 있는데, 한국가스공사는 라건아와 계약할 때 선수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구단이 지불하기로 돼 있는 걸 선수한테 부담시켜서 계약한 것으로 이미 규정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는 규정을 위반한 계약으로 본인들이 낼 세금을 선수한테 안 줬고, 선수는 우리한테 소송을 청구한 것이다. 라건아 측 보도자료를 보면 규정 변경을 우리가 주도했다는 식으로 나오는데, 그러지 않았다. 당시 회의록과 녹취록까지 다 갖고 있다. 어떻게 법무법인에서 그런 표현을 쓸 수 있었을까"라고 의심했다.
그러면서 "한국가스공사와 라건아가 지난 6월에 계약한 걸로 알고 있다. 7~8월에도 세금 문제는 이슈가 됐다. 당시 KBL도 세금은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한다고 언론에 안내했다. 이후 9월에 선수 등록이 됐는데, KBL에선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덜컥 등록해 준 것이다. 세금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KCC 관계자는 "소송의 직접 당사자는 KCC와 라건아지만, 한국가스공사와 KBL을 이혜관계인으로 참여시킬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져서 세금을 부담하게 되면, 한국가스공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다. 민사 소송이니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끝까지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일단 쌍방 간 소송이 벌어졌고,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니 지금으로서는 입장을 많이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소송 결과를 지켜본 다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KBL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에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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