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계엄에 이르는 동력" 판단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구성하면서 민간인 신분으로 국군 정보사령부 현역 군인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내란 혐의 관련 사법부 첫 판단은 내년 1월 21일 한덕수 전 총리 선고 공판에서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15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249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의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민간인 지위였음에도 현역 국방부 장관 등 군 인사권자와의 개인적 관계를 내세워, 진급에 절박한 상태에 있던 후배 군인들까지 끌어들여 (계엄의) 주요 역할을 수행하도록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이 선포 단계까지 이르도록 하는 동력 중 하나가 됐다"며 "단순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범행의 죄책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라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노 전 사령관이 별도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과 해당 사건과 병합될 경우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이 사건 범행이 이뤄진 2024년 8월부터 12월 3일까지 사정을 볼 때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거나 이를 예상할 만한 어떠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 전 사령관의 제2수사단 구성 시도에 대해 "계엄 선포 이전부터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시점에 계엄을 선포할 것을 계획하고 이를 준비·수행하는 행위의 일환"이라며 "위헌적이고 위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민간인 신분으로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명목으로 비선 조직인 제2수사단 구성을 추진하면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으로부터 정보사 요원들의 인적 사항 등 군사 정보를 넘겨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8~9월 진급을 도와주겠다며 김모 전 정보사 대령과 구모 전 육군 준장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6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하며, 노 전 사령관의 행위에 대해 "단순한 개인정보 누설이 아니라 국가 위기를 초래한 내란 사건의 준비"라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 측은 요원 배치와 선발 권한이 없는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부정한 목적의 정보 취득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알선수재 혐의에 관해서도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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