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방대·초국가적 범죄
수사 장기화 요인으로 지목
경찰이 약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유출 규모가 방대한 만큼 분석해야 할 자료도 많아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장기화 요인으로 지목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5일 오전 9시30분부터 수사관 11명을 동원해 서울 송파구 쿠팡 국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압수수색을 시작한 이후 엿새째다. 경찰은 필요한 자료의 6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를 선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압수수색은 장기화되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원본 데이터가 방대하고 거기서 선별 압수수색을 하다 보니 직접 조회하고 검색하고 추출하는 과정들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 서버 등을 통한 압수수색이 아니라 대용량 서버에서 하나하나 확인하며 내려받고 있어서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있다"며 "오늘이나 내일 중에는 압수수색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쿠팡이 압수수색에 비협조적인 게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선 "첫날에는 어느 정도까지 압수수색 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견이 있었다고 보고 받았다"며 "하지만 그 이후로는 순조롭게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단독 범행 여부를 밝혀내야 하는 점도 수사가 길어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보 탈취 시도가 상당 기간 지속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정보를 혼자 유출할 수 있는지, 조력자나 공범·방조범이 존재하는 지 등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보해야 할 로그 기록과 정보 유출 경로 등이 예상보다 복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박 청장은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적시된 중국 국적의 전직 직원과 관련해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유력한 용의자라고 볼 수 있다"며 "압수물이나 관련자 조사를 진행해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내부자 소행 여부를 가려내는 과정 역시 수사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내부 보안 유출 사건은 외부 공격에 의한 사건보다 유효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원이 고의로 로그 기록을 지우거나 보안 장비를 우회하면 제대로 된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데이터는 물론이고 데이터 위조·변조·삭제 여부까지 수사 대상을 넓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사건이 초국가적 성격을 띠는 점도 수사 장기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는 전직 직원은 중국인,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미국인, 피해자들은 한국인"이라면서 "쿠팡 사태는 초국가적 범죄의 특성을 보여서 수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쿠팡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관련 범죄로 인한 피의자를 검거해야만 피해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jyseo@fnnews.com 서지윤 박성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