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오페라는 하루아침에 뿌리내리지 않는다[최상호의 오페라 이야기]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18:41

수정 2025.12.15 19:03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지난 3년간 국립오페라단의 행보를 돌아보면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창작 오페라와 국내 초연작을 통해 레퍼토리를 확장했고, 최근에는 바그너의 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무대에 올렸다. 또한 젊은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기 위한 솔리스트 제도를 시작했으며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기반도 넓혀왔다. 비전공자가 성악과 친숙해질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역시 꾸준히 운영하며 저변 확대를 통해 문화예술계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

규모가 커지자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왔다.

때론 칭찬이,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과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이런 비판은 대체로 애정 어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국립오페라단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성장해야 할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은 자연스럽게 성찰의 자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모든 비판이 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었다. 간혹 자극적인 문장이나 단편적인 인용만으로 무대 뒤의 노력을 폄훼하는 때도 있다. 지역 공연보다는 정기 공연으로 고난도 작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럽과 같은 예술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는 비교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은 한정적인 환경 속에서도 민간단체와 협업을 꾀하며 실현할 수 있는 형태의 생태계를 구축하려 노력해 왔다. 지역 공연 역시 예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고 보고 지역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지나온 발자국을 살펴보면 미진한 부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결국 드러나는 것은 '예술을 향한 진심'이라고 믿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국립오페라단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오페라라는 장르를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그 노력이 몇 마디 말과 문장으로 가벼이 치부되는 일만큼 가슴 아픈 일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명품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론 시행착오를 하고 항로를 수정하며 묵묵히 갈고 닦을 시간 말이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그 시간을 무너뜨리기 위한 힐난이 아니라 더 나아지기 위한 의미 있는 비판이다. 국립오페라단은 앞으로 그런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이며 더 단단한 길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앞으로도 국립오페라단에 의미 있는 조언을 부탁드린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