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CEO로서 일정 때문"
도의적·법적 책임 회피해선 안 돼
도의적·법적 책임 회피해선 안 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뒤 사과를 포함한 어떤 메시지도 내지 않고 있는 김 의장의 태도는 국내 이용자들이 보기엔 오만불손 그 자체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다"는 게 이유다.
출석해서 질책을 당하는 것이 싫다면 최소한 사과 또는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직접 내놓는 것이 바른 자세일 것이다. 왜냐하면 쿠팡은 한국 땅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2021년 한국법인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쿠팡Inc 의결권 70%를 보유한 실질적 오너다. 법적 책임은 없더라도 최소한 도의적 책임은 지는 게 마땅하다. 도의적 책임은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는 것이 그 첫째다. 그다음으로는 청문회에 나와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는 것이다.
전임 대표들도 마찬가지다. 사고 당시 책임자 자리에 있었다면 당연히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 현재 대표가 아니라고 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로저스 임시대표가 나와서 해명과 다짐을 해봐야 공허하게 들릴 것이다. 한국 쿠팡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 수도 없는 사람이다.
김 의장은 자신의 국적이 미국이며,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한국의 법으로는 어떤 강제조치도 할 수 없음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속된 말로 '배 째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2021년 덕평 물류센터 화재 이후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김 의장의 의도는 유사사고 발생 때 중대재해처벌법 등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아마도 이번 사건에서 그때 사임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김 의장이 미국인이라 해도 형사책임은 면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 및 특경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입국한 뒤 출국금지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사례가 있다. 김 회장 역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의 범법행위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수사당국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김 의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직 2차 피해가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없지만, 쿠팡 고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쿠팡 측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서 국회 출석 등을 통해 사건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고객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자 도리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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