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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동규제·부지 문제 못 풀면 '기업유턴' 더 줄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5 18:48

수정 2025.12.15 19:34

2021년 25건 → 올해 11건으로 급감
전력난 등 '3중고' 푸는 정책 나와야
해외로 진출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턴기업 수가 올 1∼9월 기준 1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연합뉴스
해외로 진출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턴기업 수가 올 1∼9월 기준 1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연합뉴스
해외에 진출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턴기업 수가 올 1∼9월 기준 11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부 집계에 따르면 유턴기업은 2021년 2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20건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턴을 결정하고도 투자를 이행하지 못해 취소된 사례는 올해 14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각국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한국만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3년부터 시행된 유턴기업 제도는 해외에서 생산활동을 하던 국내 기업이 일정 요건을 충족해 국내로 복귀할 경우 투자보조금과 법인세·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를 활용해 KH바텍은 2022년 중국 톈진 공장에서 철수하고 경북 구미에 자동차용 금속 압형제품 공장을 신설해 약 3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성공 사례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업의 국내 복귀는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국내로 돌아오더라도 노동규제와 부지 문제에 가로막혀 투자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직적 고용구조와 예외 없는 주52시간제 등으로 유턴을 꺼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기업 대상 조사에서도 유턴을 가장 저해하는 요인으로 노동규제가 지목된 바 있다. 산업단지 내 부지가 부족하고 입지선정 절차가 복잡해 신속한 공장 설립이 어렵다는 점 역시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과감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귀환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연구개발(R&D)에 대한 즉각적인 비용공제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세액공제를 도입하며 기업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왔다. 그 영향으로 소프트뱅크, 오픈AI, 오라클은 미국 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이후 유턴 정책을 개편, 세액공제 중심의 유인책을 마련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점점 늘고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미국에 10조원 규모의 전략광물 제련소 건립을 결정했고, 미국 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는 구조를 택했다. 이런 직접투자를 통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2437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공급망 확보나 현지시장 공략이라는 명분을 갖고 해외로 나서는 기업의 발길을 되돌리려면 그 이상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기업 유턴 정책은 기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유턴기업 관련 고시를 개정해 미국에 진출했던 기업이 관세 문제로 복귀할 경우 지원요건을 완화하고 보조금 지원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미세조정만으로 유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세계는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성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규제와 부지 문제, 전력난 등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3중고'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 기업의 유턴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동시에 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