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려아연, 美정부와 손잡고 현지 11조 규모 제련소…"공급망 판도 바꿔"

뉴스1

입력 2025.12.15 18:58

수정 2025.12.15 19:50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지난 8월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모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지난 8월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모습.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고려아연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미국 현지에 약 11조 원 규모의 전략광물 제련소를 건립한다. 이번 제련소 건립에는 미국 정부 및 방산업계도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참여한다.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 확대 속 전략광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공급망 탈(脫) 중국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15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미국 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강화' 방안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최종 의결했다.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은 고려아연의 현지 자회사인 크루시블 메탈스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아연과 연(납)·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게르마늄·갈륨 등 전략광물을 통합 생산하는 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

여기에는 고려아연의 독자적 기술력이 적용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여타 제련소와 달리 주력 상품인 아연과 연(납)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공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안티모니와 인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을 생산해 왔다.

현지 제련소는 테네시주에 위치할 예정이다. 기존 니르스타 제련소 부지를 인수한 뒤 이를 활용해 기반 시설을 재구축한다.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해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해 총 13종의 금속 및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할 예정이다.

연간 생산 목표는 아연 30만 톤, 연 20만 톤, 동 3만 5000톤, 희소 금속 5100톤 등이다. 2027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 건설을 통해 상업 가동을 개시할 계획이다.

총 예상 투자 규모는 74억 3200만 달러(약 10조 9000억 원)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현지 방산업체 등이 출자한 합작법인(JV)을 통해 19억 4000만 달러(약 2조 8600억 원)를 조달한다. 고려아연은 현지 JV에 총 8999만 9000달러(약 1320억 원)를 출자한다.

상무부·국방부 등 미국 정부 다수 기관이 JV 출자에 참여하는 만큼 사실상 최대 주주는 미 정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JV 지분 9.99%를 보유한다.

나머지 54억 9300만 달러(약 8조 1000억 원)는 미국 정책금융 지원 대출 및 재무 투자자 대출, 미 상무부 보조금 등으로 조달한다. 고려아연의 직접 투자 5억 8500만 달러(약 8600억 원)도 포함된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도 단행한다. 보통주 220만 9716주를 미국 정부와 설립한 JV에 넘기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와 현지 방산업체, 고려아연 등이 출자한 19억 4000만 달러가 이 유증에 투입된다.

고려아연은 유증에 대해 "미국 주도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지정학적 갈등, 수출 규제 및 물류 차질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미 정부를 포함한 투자자들과 사업제휴합의서를 체결해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구축, 인허가 등 규제 대응, 현지 공급원·판매처 확보, 핵심 광물 공급망 확장 등 포괄적 사업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는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미중 갈등 속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광물 수출을 통제하면서 불안정해진 공급망을 안정시킬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도체, 방산, 우주항공 등 미국의 핵심 산업은 중국산 희토류 없이는 가동되지 않는다. 예컨대 포탄이나 미사일 생산에 필수적인 안티모니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는 70%를 상회한다.

이 때문에 이번 투자 결정 전에도 고려아연은 미국에 주요 전략광물을 수출해 왔다. 지난 6월과 8월 안티모니를 20톤씩 수출했고 10월에도 50톤을 추가 수출했다. 미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과도 게르마늄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추후 현지 신규 제련소가 완공되면 전략광물 생산량이 증가하는 만큼 공급망 탈 중국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우리는 외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게 된다"며 "미국은 고려아연 생산 확대 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 권한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도 "테네시주에 들어설 신규 제련소는 750개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병목 없는 전략광물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전력 증폭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내 통합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미국 내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