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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소셜미디어까지 요구하면 관광객 떠난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6 01:32

수정 2025.12.16 01:32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정부가 비자 면제 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최근 5년간 사용한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미국 여행·관광 업계가 "미국 방문 수요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여행·관광 산업을 대표하는 미국여행협회(U.S. Travel Association)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정책을 잘못 설계할 경우 수백만 명의 해외 여행객이 미국 대신 다른 국가로 발길을 돌릴 수 있으며, 그들이 지출하는 수십억 달러의 소비가 해외로 빠져나가 미국 경제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특히 "이번 조치는 미국 여행에 분명한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책은 지난주 미국 정부 공지를 통해 공개됐다. 2월 8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비자면제프로그램(Visa Waiver Program) 대상 국가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은 전자여행허가제(ESTA) 신청 과정에서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비자면제프로그램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 42개국 국민이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미국 정부는 여기에 더해 최근 10년간 사용한 모든 이메일 주소, 부모·형제자매·자녀·배우자의 이름, 생년월일, 거주지, 출생지 정보까지 요구할 방침이다. 해당 조치는 현재 6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외국인 입국 심사를 전반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번 추가 정보 제출 요구 역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해당 행정명령은 미국 방문객을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검증·심사"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다만 이민·비이민 비자 신청자의 경우에는 이미 2019년부터 소셜미디어 정보 제출이 의무화돼 있다. 최근에는 규제 범위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12월 15일부터 H-1B 비자 신청자와 그 부양가족 전원에게 소셜미디어 계정의 개인정보 설정을 '공개(public)'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무부가 직접 게시물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조치는 2026년 북미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나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예정으로, 전 세계 관광객 유입이 기대된다. 미국 여행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둔화된 관광 수요가 월드컵을 계기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100만 달러를 지불하면 '기록적인 속도'로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골드 카드' 제도 신청도 시작했다.
관련 웹사이트에는 500만 달러를 지불하는 '플래티넘 카드'도 곧 도입될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방문객들의 소셜미디어(SNS) 기록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방문객들의 소셜미디어(SNS) 기록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미국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화상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