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프랑스·이탈리아, EU·남미공동시장 FTA 표결 연기 희망(종합)

연합뉴스

입력 2025.12.16 02:31

수정 2025.12.16 02:31

폴란드·헝가리 등도 반대 입장…"표결 강행시 부결될 수도"
프랑스·이탈리아, EU·남미공동시장 FTA 표결 연기 희망(종합)
폴란드·헝가리 등도 반대 입장…"표결 강행시 부결될 수도"

프랑스·이탈리아, EU·남미공동시장 FTA 표결 연기 희망(종합) (출처=연합뉴스)
프랑스·이탈리아, EU·남미공동시장 FTA 표결 연기 희망(종합) (출처=연합뉴스)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 간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표결의 연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2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메르코수르와의 FTA 최종 표결을 늦출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앞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실은 14일 밤 "프랑스는 협의를 이어가고 유럽 농업에 필요한 정당한 보호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12월 (표결) 마감 시한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20일 브라질을 방문, 메르코수르와 FTA에 서명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회원국들이 이 안건을 최종 표결에 부쳐 통과시켜야 한다.

양측의 서명에 이어 국가별 비준이 완료되면 25년에 걸친 FTA 협상이 마무리돼 7억명 규모의 공동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EU 순회의장국인 덴마크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브라질로 향하기 전인 오는 18∼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메르코수르와 FTA 안건을 표결에 부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농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메르코수르와 FTA에 비판적인 프랑스는 표결하기엔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EU내 동조 세력 규합에 나섰다. 이번 로이터 보도대로라면 이탈리아가 이에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등은 메르코수르와 FTA 체결을 위해서는 유럽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안전장치와 수입 통제 강화, 중남미 상품에 대한 엄격한 기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런 회원국의 우려를 의식해 지난주 식품과 동식물 수입품에 대한 검사 강화, 수입품 잔류 농약 기준 규정 개정 등을 약속했지만 프랑스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EU와 메르코수르의 FTA가 체결되면 유럽산 자동차, 기계, 와인 등의 남미 수출이 늘고 남미산 소고기, 설탕, 쌀, 대두 등의 유럽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스페인, 스웨덴 등 메르코수르와 FTA에 찬성하는 다수의 회원국은 이번 주 표결을 연기할 경우 FTA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표결을 강행하려 한다고 AFP는 전했다.

이들은 미국발 관세, 중국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수출업계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 확보가 절실할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맹공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럽이 또 다른 분열상을 노출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이미 메르코수르와의 FTA에 반대 입장이고, 오스트리아와 아일랜드 역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EU 의장국인 덴마크가 표결을 강행할 경우 프랑스는 부결에 필요한 '소수 저지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로이터는 내다봤다.
'소수 저지선'을 형성하려면 EU 전체 인구의 35%를 대표하는 최소 4개 회원국의 지지가 필요하다.

한편, 오는 18∼1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맞춰 유럽 농민 1만명은 브뤼셀에 결집해 메르코수르와의 FTA 반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집행위원회를 압박할 예정이다.


유럽 농민들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르과이, 파라과이로 이뤄진 메르코수르와의 FTA가 발효되면 느슨한 환경 규제를 받는 소고기, 닭고기 등이 유럽으로 저가에 대거 쏟아져 들어와 유럽 농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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