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정부가 올 연말로 못박은 석유화학 구조개편 자율신청 시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석화업계가 분주해졌다. 국내 3대 석화단지 중 대산이 지난달 제1호 구조조정안을 마련했고 여수·울산도 이번주 초안 마련을 목표로 물밑 협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주요 석화기업만 10곳에 달하고, 이해관계도 제각각인 만큼 '막판 진통'은 불가피하다. 특히 여천NCC(나프타분해설비)를 운영하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울산 NCC를 둘러싼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S-OIL)의 타결 여부가 구조개편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힌다.
"이번주까지 초안 제출"…발등 불 떨어진 석화업계
1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에 시설 감축과 사업 통폐합 등 구체적인 구조개편 방안 계획을 이번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지난달 26일 대산공장을 물적으로 나눠 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합작사)과 합병, NCC 설비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설비 일부를 합리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1호 구조조정안'을 신청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에틸렌 감축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대산공장(110만톤) 가동 중단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여수 석화산단을 찾아 "사업재편계획서 제출기한은 12월 말이며, 이 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면서 나머지(여수·울산) 석화산단의 발 빠른 동참을 압박했다. 신청 기한이 2주 남짓으로 임박하자, 산업부가 '적어도 초안 계획을 이번주까지 제출하라'며 채찍을 들었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석화업계 움직임도 바빠졌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늦어도 19일까지 여수산단 구조개편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수산단에는 LG화학의 연산 200만 톤(120만 톤·80만 톤) 규모 NCC 2기와 GS칼텍스의 연산 90만 톤 규모 NCC 1기 등 총 3개 공장이 가동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연산량이 가장 크고 설비 노후도가 높은 LG화학 제1공장(연 120만 톤)의 가동 중단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울산 석화산단을 운영하는 3사(에쓰오일·SK지오센트릭·대한유화)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이번주 초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에쓰오일은 당초 구조 개편 참여에 미온적인 입장이었는데, 이번주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제각각 셈법 속 '뇌관' 여전…'막판 진통' 극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기업마다 제각각인 이해관계가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개편을 둘러싼 '막판 진통'이 극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여천NCC 공동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1년 넘게 난항을 겪었던 에틸렌 공급 가격을 최근 타결했지만, 셧다운(가동 중지) 대상 공장을 둘러싸고 다시 이견을 드러냈다.
DL케미칼은 전날(15일) 입장문을 통해 여천NCC 내 3개 공장 중에서 이미 가동을 멈춘 제3공장(47만톤)이 아닌 1·2공장(각각 90만톤) 중 한 곳을 폐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NCC 생산량을 더 감축한 대신 원료 가격 보전을 더 강화하는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다.
공급량이 줄어드는 만큼 원료 가격을 더 높이면 여천NCC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인데, 한화솔루션 측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이 연간 140만톤, DL케미칼이 74만톤 규모로 에틸렌을 공급하고 있다. 결국 DL케미칼의 입장은 한화솔루션에 더 큰 부담을 안기는 꼴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울산 석화단지의 '구조조정 셈법'도 여전히 복잡하다. 울산은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가 약 170만톤(SK지오센트릭 66만톤·대한유화 90만톤·에쓰오일 18만톤)으로 3대 석화단지 중 가장 적지만,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를 구조조정 대상에 넣을지를 두고 논의가 공전 중이다.
에쓰오일 측은 생산량 감축보단 산업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 중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아직 투자가 끝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정유·석화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첨단 설비인 만큼 구조조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샤힌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울산 석화단지 전체 생산량을 웃도는 연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에쓰오일의 동참 없이는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한 관계자는 "국익 차원에서 (울산 내) 기업들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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