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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韓 경제성장률 1.7%…회복세 속 반도체·조선 '과의존' 심화

뉴스1

입력 2025.12.16 11:01

수정 2025.12.16 11:01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5년 하반기호 갈무리(한경협 제공)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5년 하반기호 갈무리(한경협 제공)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5년 하반기호 갈무리(한경협 제공)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5년 하반기호 갈무리(한경협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7%, 수출 증가율은 0.8%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16일 나왔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반도체와 조선에 힘입어 국가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반도체·조선 '투톱'에 대한 과의존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5년 하반기호'를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은 1.7%, 민간소비는 1.6%, 설비투자는 1.5%, 건설투자는 2.9%, 수출은 0.8%씩 올해보다 성장하고, 경상수지는 89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2024년 대비)는 △GDP 1.0% △민간소비 1.4% △설비투자 2.5% △건설투자 -8.1% △수출 2.4% △경상수지 1125억 달러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GDP,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성장세가 더 높아지고, 수출도 역대급 기록을 세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증가율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반도체와 조선 등 특정 수출업종의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한다는 점이다. 한경연은 "내년도 반도체와 조선 업종 수출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0.8% 증가하고, 경상수지는 89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이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보다는 일부 선도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구조의 결과로, 글로벌 경기와 통상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성장률은 1.7%로 올해(1.0%)보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잠재성장률(2.0%)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한경연은 내년 반도체·조선 업종을 뺀 나머지 부문은 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분석하면서 "소비·투자·건설 등 국내 수요 전반으로 확산하기에는 여건이 제약적"이라고 평가했다.

민간소비는 생활물가·주거비 부담이 지속되며 회복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설비투자도 비(非)IT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경쟁력 약화가 이어지며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 역시 PF 조정 잔여 부담으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내수는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현은 우선 민간소비는 1.6%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질임금 개선 속도가 완만하고 생활물가·주거비 부담이 높아 회복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등 첨단 분야에서는 개선 조짐이 나타나겠지만, 철강·기계 등 전통 제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과잉 설비 부담으로 인해 투자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건설투자는 일부 공공·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 재개 흐름이 감지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정 영향과 착공·분양 지표 부진이 이어져 아직 정상화로 보기에는 이른 단계로 진단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1.9% 수준에서 안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기·가스·서비스·주거비 등 생활 밀접 항목 중심의 비용 부담이 있어,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체감물가는 쉽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의 대표적인 경기 전망 지표인 기업실사지수(BSI)는 2025년 5월 연중 최저점 이후 전자·통신장비 업종을 중심으로 점진적 개선 조짐이 나타났다. 하지만 지수는 계속 100 미만에 머물러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

BSI는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부터 이달까지 3년 9개월째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매출·영업이익도 전반적으로 정체됐다.

한경연은 "환율·에너지·물류비 부담 등 구조적 원가 압력이 이어지면서, 올해 하반기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수출 업종에서 체감경기 개선 신호가 나타났음에도 기업 전반의 실적 개선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비용 압박은 2026년에도 기업 심리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환시장과 관련해 한경연은 달러 강세 기조와 해외투자 증가를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했다. 통상정책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입물가와 경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은 2026년에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재정부담 확대와 양적긴축(QT) 이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AI 투자 열풍에 따른 과열 우려, 주요국 성장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회피가 반복되는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내년 한국경제가 저성장에서 탈출해 반등 국면에 진입하기 위한 조건으로 △미국·유럽연합(EU)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 둔화 △AI 투자 과열 이후의 조정 가능성 △원화 약세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경연 원장은 "2026년은 회복의 신호가 분명해지는 해이지만, 신성장 산업 육성과 내수 회복을 함께 추진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통상환경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