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려동물 산업계 일부 '루시법' 부작용 우려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6 16:09

수정 2025.12.16 17:33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반려동물 경매 금지와 판매 가능 월령 상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한국형 루시법' 추진에 대해 반려동물 산업계 일부가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관련 산업 위축, 음성 시장 확대, 유기동물 증가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려동물산업 종사 일부 관계자들은 경매 제도가 경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시장 생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수요를 예측해야 하는 농수산물이나 축산물처럼 유통기한 문제가 있는 경우, 경매는 시장 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경매 제도 효율성 및 유기동물 발생 연관성 반박

이들은 경매 때문에 유기견 발생이 늘고 있다는 인과관계가 증빙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매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매 과정에서의 질병 전파 우려에 대해서도 국내 반려동물 생산업은 극히 일부 사업자를 제외하고 정부 당국의 관리 아래 우량 개체 생산을 위한 철저한 사육 환경을 구축하고 있어 적절하지 않은 견해라고 주장했다.

생산자가 소비자를 직접 보지 못해 분양 개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포유기와 이유기를 거쳐 사회화 과정을 겪는 강아지나 고양이의 특성상 사회화 과정의 적기에 평생 함께할 보호자를 만나는 현재의 분양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루시법 '풍선 효과' 우려 주장

이들은 루시법 적용 시 예상되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 '풍선 효과'와 음성적 거래를 지목했다. 합법적인 유통 경로가 막히면 불법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경매장과 펫숍 등 관리 가능한 유통망이 사라질 경우, 인터넷 카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정 분양 등을 가장한 개인 간 불법 거래가 늘고, 결국 정부의 감시망을 벗어나 동물 학대나 사기 분양 적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번식이 어려워지면 해외 열악한 번식장에서 동물을 몰래 들여오는 밀수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주장했다.

여기에 경제적 파장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경매장과 펫숍뿐만 아니라 이들과 연계된 사료, 용품, 운송업 등 전후방 산업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어 수만 명의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급이 줄어들면 반려동물 분양가가 올라 "돈 있는 사람만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반려동물 양육의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아울러 판매 가능 월령을 2개월에서 6개월로 올리는 조항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아지의 사회화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생후 3~14주(약 3~4개월) 사이인데, 6개월까지 번식장에서만 자라다가 입양될 경우 사람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행동학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6개월까지 동물을 관리하려면 사료비, 병원비, 관리 인력 등이 3배 이상 증가하여 영세 브리더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이는 다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프라 부족과 대안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루시법이 시행되려면 소비자가 직접 방문하여 입양할 수 있는 '검증된 전문 브리더'가 전국적으로 충분히 많아야 하지만, 현재 한국은 소규모 전문 켄넬이 턱없이 부족하여 펫숍을 없앨 경우 소비자가 동물을 입양할 통로가 사실상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당장 판로가 막힌 번식업자들이 보유한 수만 마리의 동물들이 갈 곳을 잃어 오히려 대량 유기 사태가 벌어질 위험도 있다고 했다.

반려동물산업 종사 일부 관계자들은 경매 금지 주장이 논리적 근거를 인정받으려면 경매로 판매된 개체와 직거래된 개체 사이에 유기동물 발생 비율의 통계적 차이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떠한 통계나 사실적인 증거 없이 감정적인 논리에만 급급하며, 유기동물 발생의 원인이 마당개나 들개 때문이라는 팩트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경매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산업이 잘못되어 있거나 종사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명확한 선후 관계와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 없는 감정에 의해 생산업자, 유통업자, 판매업자를 비난하는 것은 더 이상 반복되면 안 되는 악순환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경매장 기능 재정비에 동의하며, 투명성 강화, 개체 이력 기록 체계화, 정보 허브 기능 강화, 단계적 제도 전환 로드맵 구축 등 업계 자율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또 제도 개선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