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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패딩, 1만원 속옷 같이 입는 소비자들..'프라이스 디코딩' 뜬다 [초합리 소비시대]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6 16:13

수정 2025.12.16 16:42

백화점 3사 프리미엄 아우터 매출 25~29%↑
"자주 입는 옷일수록 더 투자한다"
이너웨어 시장은 저가경쟁
1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6층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패딩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1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6층에 프리미엄 브랜드의 패딩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물가와 소비 위축 국면 속에 겨울 의류 시장에서 이른바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품질이 중시되고 겉으로 드러나는 패딩·아우터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는 반면, 가격대에 따른 품질 차이가 작은 이너웨어는 가성비 구매를 지향하는 신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6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 의류 소비의 큰 트렌드는 제품의 가치를 면밀히 따져보고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은 '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이같은 소비행태를 프라이스 디코딩으로 규정했다.

소비자가 제품의 표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원가·기능·브랜드 가치·내구성 등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를 세밀하게 분석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무조건 비싸거나 저렴한 것을 찾기보다는 '쓸 때는 쓰고 아낄 때는 아끼는' 초합리 소비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 겨울 100만~300만원대 프리미엄 패딩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우터 수요가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우터(몽클레르, 캐나다구스, 노비스, 파라점퍼스 등) 매출은 지난 10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 전년 대비 28.9% 증가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각각 약 25.0%, 26.3% 늘었다. 해당 기간 롯데백화점의 패딩 전체 매출 신장률이 10%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패딩 중심의 소비 쏠림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고가의 해외 수입 패딩은 이제 단순히 '비싼 옷'이 아니라 기능성과 브랜드 가치, 높은 가시성을 고루 갖춘 설득력 있는 소비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며 "'자주 입는 옷일수록 좋은 것을 선택하자'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고가 패딩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너웨어 시장에서는 1만원 안팎의 가격대에 수요가 몰리며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내의·내복 거래액은 지난 1~7일 기준 전년 대비 245% 급증했으며, 편의점과 다이소 등 다양한 채널에서 가성비를 강조한 이너웨어를 선보이며 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품목별로 가성비를 따질 것인지 명품을 구매할 것인지를 나눠서 생각하는 일명 '하이브리드' 소비가 이뤄지는 추세"라며 "패딩의 경우 한 철만 입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사용하는 내구재에 가깝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브랜드 및 품질 등 요소를 고려해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