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고가 명품 위주의 쇼핑에서 벗어나, 일상적이면서도 개인의 취향과 감성을 반영한 실용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런 내용을 담은 방한 외국인 '쇼핑' 소비 분석 자료를 16일 발표했다. 이번 자료는 지난 2018년부터 2025년 9월까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이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의 전체 관광 지출 가운데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쇼핑은 관광 소비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축이자 관광산업의 체질 변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해석된다.
특히 2019년과 2025년을 비교하면 외래객의 쇼핑 방식에 뚜렷한 변화가 보였다. 구매 1건당 평균 지출액은 15만원에서 12만원으로 감소했지만, 1인당 총 쇼핑 지출은 오히려 83% 증가했다. 이는 구매 횟수가 124%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고가 상품 몇 개를 구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중저가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된 결과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한국적 감성과 취향을 담은 ‘K라이프스타일 소품’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는 가챠샵이 전년 대비 142.0% 증가했으며, 문구(48.7%)와 서점(39.9%)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 감성 문구’의 대표 브랜드인 아트박스는 영종도(550.0%), 이수(325.0%), 부산 서면(85.4%) 등 공항과 로컬 상권 전반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패션 소비 역시 증가세다. 같은 기간 외래객의 패션 소비 건수는 23.4% 늘었으며, 액세서리(33.0%), 스포츠웨어(32.8%), 스포츠용품(33.4%), 언더웨어(59.1%)가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언더웨어는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가팔라졌으며,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소비가 급증했다.
뷰티·건강 분야는 방한 외래객 소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9.1% 성장한 데 이어, 2025년에도 40.4%의 증가세를 보였다. 화장품, 약국, 건강식품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올리브영은 명동과 강남을 넘어 성수, 경복궁역, 송도 등 다양한 지역으로 소비 확산이 이어졌다.
이미숙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쇼핑 방식이 고가 중심에서 일상·취향·웰니스 중심의 실용 소비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는 K라이프스타일과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그만큼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