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피아니스트 임동혁 “이 세상은 내가 살기엔 너무 혹독”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6 16:19

수정 2025.12.16 17:57

경찰 출동 "생명에 지장 없는 것"으로 알려져
피아니스트 임동혁
피아니스트 임동혁

[파이낸셜뉴스] 유명 피아니스트 임동혁(41)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경찰이 출동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임동혁은 이날 새벽 5시께 자필로 쓴 손편지 사진 여러 장을 SNS에 게시했다. 그는 장문의 글 말미에 “I love you so much!(여러분을 정말 사랑합니다)”라는 문구를 남겼고, 편지를 작성한 시각인 ‘12월 16일 새벽 5시 35분’을 적은 뒤 지장까지 찍어 올렸다.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 입상한 스타 연주자

임동혁은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에 모두 입상한 연주자로,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한국인 최초 입상(형 임동민과 공동 3위),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4위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했다. 조성진, 임윤찬 이전 세대의 클래식계 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2020년 서울 강남구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자필 손편지에서 임동혁은 “평생 연주자로 살아오면서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2015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항우울제를 복용했다. 항우울제 자체는 나쁜 약이 아니고 평생 먹어도 상관없지만, 지병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아팠다”고 적었다. 이어 “많은 연주자가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기 쉬운 이유는 수천 명에게 박수갈채를 받다가 호텔 방에 들어오면 홀로 남게 되면서 생기는 괴리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특히 나는 선천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더 견디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외로움 속에서 술에 의지하게 됐고,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밝혔다. 또 "친모도, 최근에는 엄마의 언니인 이모도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도 했다.

"이 세상은 내가 살기엔 너무 혹독"

임동혁은 2019년 이혼 소송 과정에서 전 아내에게 메신저로 음란 사진과 메시지를 보냈다는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해당 사안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했다.

그는 “전 부인이 이혼 소송 중 내가 음란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음란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었고 당시 이혼 소송 중도 아니었다”며 오히려 “전 부인이 자신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또 “(아내가) 나에게 ‘거짓 미수’를 터뜨리게 해주겠다고 협박했다. 녹취록과 증거가 있는 것들만 나열한 것이며, 사후에 모두 공개될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매매 혐의와 관련해서는 “독일에서 합법인 환경에서 오래 살아오며 죄책감이 더 무뎌졌는지도 모르겠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임동혁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9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나는 살면서 성매매 경험이 있고, 그것은 분명히 내가 잘못한 일이다. 더 이상 심신이 견디지 못해 1심 판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신이 무너졌고 너무 외롭고 고독하다”며 “나도 분명 천사는 아니었지만, 이 세상은 내가 살기엔 너무 혹독했다. 자살에 실패한 사람에게 ‘관심 받으려고 그러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는데, 그것은 어마어마한 상처였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결국 음악은 내 전부였다"고 말한 임동혁은 끝으로 “결국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잘못이다.
하지만 믿어 달라. 나는 다소 천박할지 모르지만, 내 음악만큼은 그렇지 않다. 여러분 모두에게 행복과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그동안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