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아세안 디지털경제 파트너"… 韓기업에 441兆시장 활짝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6 18:08

수정 2025.12.16 19:59

현지 기업 수익 서비스 영역 국한
인프라·기술 분야 외부 의존도 커
기업·공공 부문 디지털 전환 등
IT시스템 중심 협력 땐 새 기회
"아세안 디지털경제 파트너"… 韓기업에 441兆시장 활짝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아세안 지역은 리프프로깅 전략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보안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현지 금융업계는 디지털금융·핀테크·인공지능(AI)·정보기술(IT)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기업들과의 협력을 강력히 원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한 금융 관계자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의 디지털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국내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통적 금융의 기반이 약한 아세안 각국은 규제 완화를 통한 '리프프로깅 전략'으로 디지털경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어 외부 협력이 강력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프프로깅 전략은 개구리가 점프하듯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16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 디지털경제가 AI를 축으로 또 한 번의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 이용자 확대에 의존하던 초기 모델이 한계에 도달하자 플랫폼·금융·광고·AI를 결합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가 디지털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에 있어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국내 기업의 역할과 한-아세안 디지털경제 협력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세안 디지털경제 매년 15%씩 성장

지난 11월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가 공동 발간한 'e-Conomy SEA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의 디지털경제 규모는 올해 총거래액(GMV) 기준 3000억 달러(약 441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2016년 첫 보고서 당시 예상치보다 1.5배 빠른 성장 속도다. GMV와 디지털경제로 인한 경제 효과는 연평균 15% 안팎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영상 기반 소비 확산과 함께 거래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광고와 콘텐츠를 결합한 리테일 미디어로 수익원을 넓히고 있다. 음식 배달 분야 역시 주문 수 확대보다는 객단가 제고와 외식 영역 확장을 통해 수익성 달성 국면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다.

변화의 중심에는 그랩 등 아세안 지역의 플랫폼 기업들이 있다. 그랩 등 아세안 지역 플랫폼 기업들은 모빌리티와 배달을 넘어 결제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 슈퍼 앱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은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복합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고 디지털 금융에 있어서는 역내 통합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이 모두 국가 차원의 QR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중 8개국은 국경 간 QR 결제 연계까지 확대되면서 현금 중심 사회에서 플랫폼 기반 금융 생태계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최고 파트너는 韓기업

아세안 디지털경제의 주도권은 이미 현지 플랫폼 기업들이 쥐고 있으며, 국내 기업이 현지 소비자 대상 플랫폼으로 직접 경쟁할 여지는 크지 않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세안 디지털경제의 수익이 인프라·금융·기업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이 지점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인프라는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는 아세안 디지털 생태계의 구조를 겨냥해 소비자 직접 서비스보다는 기업·공공 부문의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보안과 핀테크 분야의 정보기술(IT) 시스템 영역을 중심으로 협력 분야를 넓혀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핀테크, 콘텐츠, 모빌리티 전반에서 아세안 지역은 이미 신흥시장을 넘어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AI에 강점을 갖는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쌓아온 AI·디지털 규범, 결제 표준, 데이터 거버넌스 협력이 결합될 경우 민간 기업간 협력을 넘어서 한-아세안 협력의 저변을 넓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