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관피아 여전"… 정부 부처 5곳 퇴직자 90% 재취업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6 18:15

수정 2025.12.16 18:15

퇴직공직자 심사 제도 유명무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 5개 정부 부처에서 퇴직한 공직자 10명 가운데 9명은 재취업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막기 위해 마련된 취업심사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법무부·행안부 등 5개 정부 부처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관피아란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공직에서 퇴직한 뒤 재직 시 영향력을 행사하던 기관에 취업한 전직 관료를 말한다.

경실련이 지난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간 고용노동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환경부 등 5개 부처의 퇴직 공직자에 대해 이뤄진 취업제한심사 및 취업승인심사 180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취업심사 대상 180건 중 161건(89.4%)이 '취업 가능' 또는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아 재취업이 허용됐다.

부처별 승인율은 고용노동부가 96.2%로 가장 높았고 법무부 94.9%, 환경부 89.7%, 행정안전부 85.7%, 교육부 82.4% 순이었다.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제도는 재직 당시 이해관계가 있던 기관과의 유착 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막고자 재취업하기 전에 거치는 사전 심사 제도다.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돼있던 부서와 담당했던 업무가 취업 예정 업체와 밀접한 관련이 없으면 '취업 가능', 업무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상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면 '취업 승인'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경실련은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 취업 승인은 특히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지만 추상적인 사유를 근거로 승인됐다고 봤다. 전체 161건 중 취업승인은 87건이었고 사유별로는 '전문성이 증명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가 전체 취업 승인 사례의 60.9%(53건)로 가장 많았다. '퇴직 전 담당 업무와 취업 예정 업무 간 관련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재취업이 허용된 경우도 27.6%(24건)에 달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채용하다 보면) 공정한 업무 수행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제한되며 더 나은 전문가들이 채용되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난다"며 "예외 사유를 구체화하지 않을 경우 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설된 관련 조직에 부처 퇴직자가 재취업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환경부와 보증금대상사업자가 공동으로 설립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경우 초대 이사장과 현직 이사장 모두 환경부 출신 퇴직 관료라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