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작년 66개
안정적 경영 뒷받침할 입법 필요해
안정적 경영 뒷받침할 입법 필요해
앞으로 주주총회의 핵심 이슈는 주주행동주의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이 2020년 10개에서 지난해 66개로 급증했다.
주주행동주의는 취지를 잘 살리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주주들이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건 자본시장 선진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참여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 가치를 높이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주행동주의 확산 속도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빠른 것은 문제다. 지난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글로벌 기업 1028개 중 한국은 66개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23개 주요국 가운데 주주행동주의 타깃기업 증가율이 가장 높다. 최근 4년간 약 6.6배에 이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평균 증가율이 4%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빠른 증가율이다. 주주행동 이슈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한국의 제도와 관행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올해 재계의 우려 속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강화, 집중투표 의무화 등 일련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뿐만 아니다.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는 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와 있다. 이런 중차대한 법안들이 대거 기업 현장에 적용된다면 주주행동의 반경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실제로 이 법안들이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의 중심축이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이사회의 전문적 판단과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 이는 경영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주총 자체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주총이 아니라 주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대립하는 곳으로 변질될 수 있다.
주총에서 나오는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은 경영에 참고하고 반영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의견이 아니라 주가 차익을 노린 주주제안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 과정에 허위정보가 나돌아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기업의 가치는 도외시한 채 주주 이익에만 집중하다 보면 채권자, 근로자, 협력업체,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들의 이익을 높이지는 못하고 거꾸로 피해를 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주주행동주의의 부작용을 따져 보면서 관련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때다. 주주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이 늘어난 만큼 기업의 안정적 경영환경을 뒷받침할 입법도 필요하다. 주주제안 요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 등이다. 주주행동주의가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권리에 맞게 책임도 다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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