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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주행동주의 급증, 경영 침해 막을 제도 정비 시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6 18:22

수정 2025.12.16 19:32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 작년 66개
안정적 경영 뒷받침할 입법 필요해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1140만명에 이른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결집력으로 기업 경영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올해 코스피 활황 흐름을 타고 주주행동주의는 더 힘을 받고 있다.

앞으로 주주총회의 핵심 이슈는 주주행동주의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 대상 기업이 2020년 10개에서 지난해 66개로 급증했다.

올해 정기주총 주주제안 건수도 전년 대비 20% 늘어난 164건이다.

주주행동주의는 취지를 잘 살리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주주들이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건 자본시장 선진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참여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식 가치를 높이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주행동주의 확산 속도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빠른 것은 문제다. 지난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글로벌 기업 1028개 중 한국은 66개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23개 주요국 가운데 주주행동주의 타깃기업 증가율이 가장 높다. 최근 4년간 약 6.6배에 이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평균 증가율이 4%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빠른 증가율이다. 주주행동 이슈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한국의 제도와 관행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올해 재계의 우려 속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강화, 집중투표 의무화 등 일련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뿐만 아니다.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는 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와 있다. 이런 중차대한 법안들이 대거 기업 현장에 적용된다면 주주행동의 반경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실제로 이 법안들이 시행될 경우 기업 경영의 중심축이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이사회의 전문적 판단과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 이는 경영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주총 자체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주총이 아니라 주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대립하는 곳으로 변질될 수 있다.

주총에서 나오는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은 경영에 참고하고 반영하는 게 맞는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의견이 아니라 주가 차익을 노린 주주제안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 과정에 허위정보가 나돌아 시장을 교란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기업의 가치는 도외시한 채 주주 이익에만 집중하다 보면 채권자, 근로자, 협력업체,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들의 이익을 높이지는 못하고 거꾸로 피해를 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주주행동주의의 부작용을 따져 보면서 관련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때다.
주주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이 늘어난 만큼 기업의 안정적 경영환경을 뒷받침할 입법도 필요하다. 주주제안 요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 등이다.
주주행동주의가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권리에 맞게 책임도 다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