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후·환경정책 잇단 폐기
업계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선회
美포드도 195억달러 손실 불구
간판 F-150 전기차 생산중단 밝혀
EU,법 개정 통해 규제 완화 나서
업계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선회
美포드도 195억달러 손실 불구
간판 F-150 전기차 생산중단 밝혀
EU,법 개정 통해 규제 완화 나서
■포드 전기차 사업 대폭 축소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15일(현지시간) 전기차 사업과 관련해 195억달러(약 28조6000억원)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드는 2023년 이후 전기차 사업에서만 지금까지 130억달러의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으면서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실적 부담으로 돌아온 결과"라며 "이번 손실 규모는 기업 역사상 최대 수준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전기차가 결코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수십억달러를 계속 투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포드는 주력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등 대형급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트럭 및 밴(승합차), 저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익성 제고를 위해 켄터키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전력망, 데이터센터용 ESS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당초 SK그룹과 합작해 미국 최대 단일 배터리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계획이 크게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포드의 전략 전환을 시장 현실을 반영한 속도 조절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규제가 완화되고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가 주춤한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EU, 2035년 내연차 '제로'서 후퇴
EU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사실상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2035년 이후에도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내연기관차 생산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2021년 배출량의 10% 수준까지 휘발유·디젤차 생산을 이어갈 수 있다. 친환경 철강 사용이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V+소형 연료엔진) 생산 등이 조건으로 거론된다.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는 EU 그린딜의 핵심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당초 모든 자동차 제조사에 내연기관차 생산 '제로'를 강제하는 강력한 규제였다. 독일과 이탈리아 정부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최근 "2035년은 물론 2040년, 2050년에도 전 세계에는 수백만대의 내연기관차가 존재할 것"이라며 규제완화를 지지했다.
폭스바겐 브랜드의 토마스 셰퍼 CEO는 "미래는 전기차"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려면 일정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정책 후퇴도 주요 원인
전기차 전환에 속도 조절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보급 속도 둔화, 충전인프라 부족,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 악화, 친환경정책 후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구매 정보 사이트인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된 지난달 신형 전기차의 평균 거래가격은 5만8638달러였으며, 전체 신차 평균 거래가격은 4만9814달러다. 유럽에서도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30% 이상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EU 평균은 전기차 13대당 공공 충전기 1개 수준으로, 2023년 대비 오히려 충전기 비율이 10%가량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환경정책 후퇴도 주요 원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강화됐던 미국 자동차 연비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환경차보다는 내연기관차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신차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목표치를 대폭 삭감하고,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했으며 배출가스 및 연비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전기차 구매 시 적용되던 7500달러(약 1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됐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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