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실업률 4.6%…4년 만에 최고, 고용 둔화 ‘확인 신호’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7 00:01

수정 2025.12.17 00:01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실업률이 11월 4.6%로 치솟으며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셧다운 여파로 두 달 치 고용 지표가 한꺼번에 공개된 가운데 최근 6개월 중 3개월에서 고용이 줄어들며 미국 노동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해지고 있다.

미 노동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6만 4000개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4만 5000개)를 웃돈 수치다. 다만 10월에는 일자리가 10만 50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실업률은 4.6%로, 마지막으로 발표됐던 9월(4.4%)보다 0.2%p 상승했다.

이번 보고서는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통계 수집이 중단되면서, 한 달이 아닌 두 달 치 수치가 동시에 공개됐다. 셧다운 기간에는 실업률 산출에 필요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10월 실업률은 집계되지 않았다.

연방정부 고용 감소가 전체 지표를 끌어내렸다. 11월 연방정부 일자리는 6000개 줄어들며, 10월 16만 2000개 급감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노동부는 올해 1월 이후 연방정부 고용이 총 27만 1000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운 연방정부 인력 감축이 뒤늦게 통계에 반영된 결과다. 유급 휴직자는 고용자로 분류되고, 조기퇴직·연기 보상 프로그램을 선택한 공무원 상당수가 9월 말까지 급여를 받으면서 실제 고용 감소가 최근에야 수치로 나타났다.

기존 고용 지표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9월 신규 일자리는 기존 11만 9000개에서 10만8000개로 줄었고, 8월은 4000개 감소가 아닌 2만6000개 감소로 수정됐다. 6월, 8월, 10월에 고용이 줄면서 미국 경제는 최근 6개월 중 절반에서 일자리가 감소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노동시장을 '저해고·저채용(low-fire, low-hire)' 국면으로 진단한다. 대규모 해고는 없지만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극도로 신중해졌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와 관세 불확실성에 더해 상당수 업무를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채용을 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성수기에도 임시직 채용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번 지표는 연준이 1월 말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참고해야 할 핵심 데이터다.
연준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노동시장 둔화를 주요 배경으로 언급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월과 11월 일부 기간 동안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향후 지표를 "다소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또 공식 통계가 월별 일자리 증가를 최대 6만 개까지 과대 추정하고 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은 4월 이후 매달 평균 2만 개의 일자리를 잃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AP/뉴시스] /사진=뉴시스
[AP/뉴시스]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