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학습 공정이용 기준에 ‘전면 재검토’ 요구
“영리 목적 불리 판단, 사실상 AI 개발 막는 것”
투자 위축·해외 의존 심화 우려
“영리 목적 불리 판단, 사실상 AI 개발 막는 것”
투자 위축·해외 의존 심화 우려
[파이낸셜뉴스]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저작물 학습 공정이용 안내서'에 대해 전면 재검토와 대폭 수정을 요구했다. 정부가 AI 규제 완화를 약속해온 기조와 달리, 이번 안내서가 AI 학습을 과도하게 제한해 국내 AI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혁단협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문체부가 발표한 '생성형 AI의 저작물 학습 등 공정이용 안내서'는 우리나라 AI 개발을 위축시키고, AI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 내용의 전면 재검토 및 대폭적인 수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대통령 주재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와 11월 '국무총리실 신산업 규제 합리화 로드맵'을 통해 AI 분야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문체부의 공정이용 안내서 역시 이러한 기조의 후속 조치로 추진됐다.
혁단협이 가장 문제 삼은 대목은 '영리 목적 AI 개발'을 공정이용 판단에서 불리한 요소로 규정한 점이다. 혁단협은 "학계의 비영리 연구가 아닌 이상 기업의 연구개발(R&D)는 본질적으로 영리 목적일 수밖에 없다"며 "영리 목적을 불리하게 본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AI 개발과 학습이 공정이용 범위에서 배제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이용 판단 기준은 영리 여부가 아니라 '변형성'과 '시장 대체성'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개발의 기술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대규모 AI 모델은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을 전체 단위로 읽을 필요가 있는데, 안내서는 이를 불리한 요소로 해석해 기술적 현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웹 크롤링에 대한 제한적 해석 역시 AI 학습의 제도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적 흐름과의 괴리도 지적했다. 혁단협은 “미국은 판례를 통해 AI 학습의 공정이용을 인정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을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저작권법을 통해 AI 학습을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체부는 국제 흐름과 동떨어진 ‘나홀로 규제’로 방향을 틀어 국내 AI 산업 경쟁력 약화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혁단협은 이번 안내서가 유지될 경우 법적 불확실성 확대로 AI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되고, 의료·교육·산업 분야 등 공익적 AI 프로젝트도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사이 해외 AI 서비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국내 AI 시장의 해외 의존도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혁단협은 △AI 혁신 지원과 저작권 보호 간 균형 △영리 목적에 대한 유연한 해석 △AI 개발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 기준 마련 △미국·EU·일본 등 글로벌 공정이용 관례 반영 등을 수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혁단협은 “이번 공정이용 안내서는 우리나라 AI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며 “AI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보다 균형 잡힌 방향으로 안내서를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대한민국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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