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강북권 교통망 확충을 가로막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의 전면 개편에 나섰다. 수도권 특성을 반영한 공정한 평가 체계를 마련해 연이어 탈락 중인 주요 철도 사업을 다시 평가하고, ‘강북 전성시대’ 실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17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20층에서 '균형발전과 국가재정 효율화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제도개편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행 예타제도는 지난 2019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철도망 확충을 구조적으로 가로막으며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경제적 타당성(B/C) 부분에서 0.75를 기록한 서울 목동선은 탈락하고, 0.27을 기록한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통과하는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제도 개편 이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현황을 보면 전체 사업 중 경제적 타당성이 0.8 미만임에도 종합평가(AHP) 0.5 이상으로 통과된 사업의 비율은 수도권은 2.4%에 그치는 반면, 비수도권은 20.3%에 달했다.
특히 서울 강북횡단선, 목동선, 난곡선 등 3개 주요 철도망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일평균 약 36만명의 시민이 교통 불편을 겪고 있다.
강북횡단선 개통 시 7개 자치구(총 인구 253만명)를 지나며 일평균 약 21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목동선은 2개 자치구 83만명을 대상으로 일평균 약 9만명, 난곡선은 1개 자치구 22만명을 대상으로 일평균 약 6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상축사를 통해 "지금의 예타 체계는 지역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서울 안에서도 지역별 여건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더 세밀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는 평가 체계가 절실해졌다"며 "경제, 사회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제도를 다시 한번 살펴볼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에 예타제도 개선을 건의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KDI 및 국회, 시의회 등에 지속적으로 개편을 요청해 왔다. 지난 7월 개편된 예타 수행 총괄·운용 지침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개정을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는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총괄지침 제59조(정책효과)를 개정해 수도권 내 균형발전제고 효과를 정책성 평가의 별도 항목으로 반영하고, 구체적인 적용 방식과 평가 점수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외에도 수도권 특성을 반영해 '광역적 공공기여' 등 다양한 재원 마련 방법을 제시하고, 높은 토지비를 감안해 총사업비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건의안이 제기됐다.
시는 이번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내년 5월까지 예정된 (사)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와 함께 예타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뒤 정부에 추가로 건의할 방침이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강북 전성시대를 현실화하고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서울 강북권, 서부권 등 교통 소외 지역의 철도망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 라며 "이번 대토론회에서 나온 의견과 향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도권의 현실을 반영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예타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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