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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서 아는 척 말라" 오세훈, 李대통령 직격... 세운지구 개발놓고 충돌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7 16:16

수정 2025.12.17 16:24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세운지구 재개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세운지구 재개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파이낸셜뉴스] 서울시가 세운지구 개발과 관련해 정부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이재명 대통령을 직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페이스북에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세운지구 개발과 관련한 질의・답변 과정을 지켜보며 서울의 미래 도시개발이라는 중대한 의제가 이토록 가볍게 다뤄질 수 있는지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운을 뗐다.

전날 있었던 국가유산청의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종묘 주변에 (서울시가) 고층건물을 짓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돼가냐"고 질문했다. 이에 허 청장은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선정했고, 이렇게 되면 세계유산법에 의해 규제를 받아 서울시 주장대로는 할 수 없게 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대통령은 툭 던지듯 질문하고, 국가유산청장은 법령을 개정해 세운지구 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과장해서 단정했다"며 "국가유산청장의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발언은 강북지역을 포함한 서울 전역의 정비사업과 개발을 사실상 주저앉힐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종묘 일대 역사 경관을 회복하고, 시민에게 새로운 열린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30년 이상 낡은 건축물이 밀집한 세운지구의 안전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세운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핵심상가군 공원화와 민간부지 내 개방형 녹지를 조성, 약 13.6만㎡ 규모 도심 녹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의 편향적인 시각으로 도시계획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것 자체가 재량을 과도하게 넘는 권한 남용이다"라며 "대통령은 공무원들을 향해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했으면서, 정작 수박 겉핥기식 질의·답변을 통해 결과적으로 서울시의 미래도시 전환 노력을 폄훼했다"고 성토했다.

오 시장은 "서울의 퇴행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정부는 본질을 왜곡하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서울시를 몰아갈 것이 아니라, 문제를 풀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별도 입장 자료를 통해 세운4구역이 세계유산지구 외부에 위치해 있어 시행령 개정만으로 영향평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유네스코 권고는 존중하되, 국내 실정법과 적법 절차를 우선해야 하며, 법적 근거 없는 규제 확대는 행정권 남용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필요시 경관 시뮬레이션 등 과학적·객관적 검증을 국가유산청과 합동으로 추진해 기준 명확화와 대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계유산법 개정과 관련 시행령 논의가 진행 중이며, 서울시는 세운4구역 개발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