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재차 나온 ‘AI 우려’에도…증권가 “그럼에도 투자해야 하는 이유”

임상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8 06:00

수정 2025.12.18 06:00

외국인 15~17일 2조6181억원 순매도
삼성전자 6405억원, SK하이닉스 2883억원
증권가 “AI 수요 부정보단 수익성 시점 불만”
“AI는 인프라…도입 확산에 로봇주 주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관련 주요 기업인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자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증권가에선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인프라’로 보며 지금의 조정은 단기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진행해 총 2조618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1조3828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외국인이 하루에만 1조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운 건 지난달 28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AI에 대한 불안감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 15~17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6405억원 △SK하이닉스 2883억원 △한미반도체 103억원 등 AI 관련 반도체주를 순매도했다.

오라클은 올해 9~11월 매출이 160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인 162억1000만달러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브로드컴의 매출은 180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났으며, 컨센서스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AI 매출이 비AI 매출보다 총 마진이 작다”고 밝히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증권가에선 시장이 ‘실적’ 자체보단 수요 둔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견조한 실적을 냈으나 큰 폭의 주가 조정을 겪었는데, 시장이 더 이상 ‘AI 투자가 증가 한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역시 이 같은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성장세는 견조하다는 평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라클과 브로드컴 실적 이후 시장이 보인 반응은 AI 수요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투자대비수익률(ROI) 실현 시점에 대한 재평가였다”며 “수익성 붕괴 리스크가 아니라 ‘타이밍 리스크’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AI 투자 사이클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시장보다는 결과를 가장 빠르고 과도하게 가격에 반영하는 베타 시장”이라며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변화라기보다는 글로벌 자금의 위험 선호 조정 성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미 AI가 사회 전반에 녹아든 ‘인프라’의 성격이 강해진 만큼, 기술이 후퇴할 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회·경제 시스템 재설계를 동반하는 필수 인프라 성격”이라며 “이 상태에서 과거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용이 과도하게 크다”고 봤다.

이에 AI 도입 확대와 더불어 로봇주가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나 연구원은 “AI 투자 효과를 실물 경제로 연결하려면 제조업 적용이 필수고, 미국은 고임금 문제로 제조 자동화가 필수인 상황이며 중국도 노동비용 상승으로 로봇 투자를 확대 중”이라며 “피지컬 AI 확산 국면에서 한국은 핵심 부품과 현장형 로봇을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전망했다.

yimsh0214@fnnews.com 임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