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환율

환율 1470원대 지속 땐 내년 물가 2%대… 양극화 가속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7 18:10

수정 2025.12.17 18:31

한은, 물가안정 상황 점검 설명회
날씨·환율 등 변수 지속 모니터링
이창용, 국민연금 투자 규칙 지적
"환헤지시 전략적 불투명성 필요"
환율 1470원대 지속 땐 내년 물가 2%대… 양극화 가속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현재 1470원대 원·달러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이 2%대 초·중반까지 오르고, 원화가치 절하에 따라 손해를 보는 계층이 생기는 등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과거의 금융위기가 촉발될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환율이 계속 오르게 되면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내부에서 이익과 손해를 보는 이들이 극명하게 나뉜다"며 "반도체 등의 수출은 잘되지만 수입업자나 자영업자는 힘들고, 그 격차는 더욱 벌어져 양극화 측면에서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에 비해 과도하게 환율이 뛰고 있는 데는 '수급'이라는 내부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개인투자자나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로 달러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원화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론 미국과의 경제성장률 차이 및 금리 격차가 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등이 있다"면서도 "정책 담당자로서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만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단기적 수급요인을 개선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향해서도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 10년과 너무 달라졌다"며 "해외투자를 할 때 (환율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국민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갈 자금, 고용 문제 등 파급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을 두고도 "불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 해외투자 규칙이 투명하다 보니 해외로 얼마가 나갈지, 헤지를 시작하고 중단할 시점이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러다 보니 환율이 어느 정도 갈 것이란 기대를 형성하고, 해외투자자들은 이에 근거해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환헤지를 탄력적으로 집행키로 결정했다. 환전 시점을 매번 외부에 밝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은·기획재정부와 연말 만료 예정이었던 연간 650억달러 규모 외환스와프 거래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과거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봤다. 그는 "환율위기라고 하면 과거 IMF(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생각하는데 그때는 외채를 갚지 못해 금융기관이 넘어지고, 국가가 부도 위험에 빠져 있던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절하될 경우 (수출기업 등이) 되레 이익을 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2.1%로 전망했다. 올해 1~11월 중 수치와 동일하고, 2024년(2.3%)에 비해서는 0.2%p 낮다. 김영주 한은 조사국 물가고용부장은 "높아진 환율에도 근원물가가 안정되고 국제유가 약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장은 "환율이 현재와 같은 달러당 1470원 수준을 지속할 경우 물가 전가효과 확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겨울철 한파·폭설, 가축전염병 발생 상황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이 뛸 여지도 있는 만큼 물가가 전망 경로대로 움직이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식료품·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한은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로 추정됐다.
올해 1~11월 중 수치(1.9%)보다 0.1%p 높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