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할리우드 명감독 롭 라이너 부부 살해…아들 첫 법정 출두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18 06:52

수정 2025.12.18 06:52

롭 라이너 감독 부부. 연합뉴스
롭 라이너 감독 부부.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할리우드에서 존경받던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아들 닉 라이너가 기소되면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선 닉은 1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 출두했지만 혐의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닉은 1급 살인 혐의 2건으로 기소돼 이날 오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목에 수갑을 찬 채 자살 방지용 교도소 가운을 입은 그는 유죄 여부를 묻는 재판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변호인 요청에 따라 기소 인부 절차는 내년 1월 7일로 연기됐으며 닉은 “네, 재판장님”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심리 종료 후 취재진 앞에 선 닉의 변호인 앨런 잭슨은 이번 사건을 “라이너 가족에게 닥친 참혹한 비극”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성급한 판단이나 결론 없이 사법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LA 카운티 지방검사장 네이선 호크먼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을 잃은 것은 비극 그 이상”이라며 “살인범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닉에 대한 사형 구형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 또는 사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6년 이후 사형 집행 사례가 없다.

닉은 지난 14일 이른 아침 LA 고급 주택가 브렌트우드의 자택에서 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범행 현장에서 약 22.5㎞ 떨어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인근 공원에서 체포됐다.

사건 전날인 13일 밤, 닉은 부모와 함께 코미디언이자 TV쇼 진행자인 코넌 오브라이언의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들은 당시 닉이 거친 언행으로 부모와 심한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닉은 15세 때부터 헤로인 등 마약 중독으로 재활센터를 드나들었으며, 22세였던 2015년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집필했다. 이 작품은 부친인 라이너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함께 개봉됐다. 닉은 2016년 언론 인터뷰에서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와 “유대감을 많이 형성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너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탠 바이 미’, ‘미저리’, ‘어 퓨 굿맨’, ‘대통령의 연인’ 등 수많은 흥행작을 남긴 할리우드의 대표적 감독이다. 그는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민주당 인사들을 위한 모금 행사에도 자주 참여해왔다.


빌리 크리스털, 앨버트 브룩스, 마틴 쇼트, 래리 데이비드 등 라이너 감독 부부와 가까웠던 배우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그들은 역동적이고 이타적이며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며 “우리는 영원히 그들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할리우드 #롭라이너 #닉라이너 #미국사회 #강력범죄 #가족비극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