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혁신 지원’ 요구…공정위는 ‘불균형 해소’ 방점

상의, 주병기 공정위원장에 공정거래법상 형벌 개선
공정거래 자율준수(CP) 인센티브 확대 등 건의 진행
최태원 회장,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과도 만나 의견 전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오른쪽)이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SK그룹) 회장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공정거래법상 형벌 제도 개선과 공정거래 자율준수(CP) 인센티브 확대 등 재계 현안을 공식 건의했다. 글로벌 경쟁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 혁신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주 위원장은 '경제 구조의 불균형과 불평등 해소'를 정책의 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재계의 문제 의식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1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주 위원장에게 " 미래를 향한 기업의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정책 지원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고 호소했다.

이번 간담회는 주 위원장이 최근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논의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이후 마련된 재계와 공식 소통 자리로 주목 받았다.

다만 이날 자리에서는 민감한 현안을 놓고 공개적인 충돌보다는, 공정거래 제도 전반에 대한 경제계의 문제 의식과 개선 요구를 공유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저성장 국면 속에서 보다 과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재계 입장을 전달했다. 최 회장은 "기업들은 공정한 시장 질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자율규제를 통해서 경영 관행과 문화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경쟁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고,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이 흐름을 타개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서 혁신과 공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그런 솔루션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날 주 위원장에게 △공정거래법상 형벌 개선 △CP 인센티브 확대 △공정거래법-타법 간 중복공시 해소 △대규모유통업법상 온오프라인 차등규제 해소 등 공정거래 개선 관련 현안을 건의했다.

주 위원장은 저성장 우려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의 출발점으로 '균형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인용해 경제적 약자까지도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행복을 추구할 자유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체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거래 관계 속에서 건실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워 소상공인, 창업가가 공정한 보상과 기회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총체적 역량을 높이는 길"이라며 "그 과정에서 혁신적이고 책임 있는 경영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앞서 열린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초청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에서도 "매 5년간 1%씩 저희의 성장률이 내려오며 지금은 성장률이 0.9%대까지 내려왔는데 이 상태로 5년이 지나면 잠재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다.

한번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리소스를 구하기 어렵다"고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이어 "앞으로의 5년 동안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올해는 민관 협력을 통해 첨단 인공지능(AI) 인프라를 확충하고,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기술 협력과 투자를 이끌어 내는 등 AI 3강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주력 산업 전반에서 혁신 사례를 창출해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mail] 임수빈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