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수요 폭증에 국내 어획량 들쭉날쭉…공급난 심화
노량진 경락가 1년 새 3배 상승…"수입 증가세 지속"
광어·우럭·굴까지 줄인상...식탁 덮친 '히트플레이션' 공포
노량진 경락가 1년 새 3배 상승…"수입 증가세 지속"
광어·우럭·굴까지 줄인상...식탁 덮친 '히트플레이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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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겨울철 대표 횟감으로 자리 잡은 방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일본산 방어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방어 소비가 인기를 끌며 수요는 폭발한 반면, 국내 어획량과 양식 물량은 기후 변화 등의 여파로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방어뿐 아니라 기후 변화 등 이상 고온으로 인해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는 '히트플레이션(히트+인플레이션)'이 우럭, 광어 등 제철 어패류로 전방위 확산되면서 겨울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수요 증가에 일본산 수입 급증
18일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11월 일본산 방어 누적 수입량은 3963t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3789t)보다 174t(4.5%) 늘어난 수치다.
연간 수입량 역시 가파른 증가세다. 2022년 2693t이었던 일본산 방어 수입량은 2023년 3247t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6051t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사실상 12월이 전체 수입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셈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주원인으로는 최근 방어가 겨울철 별미로 소개되면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유튜브와 방송, SNS 등 미디어를 통해 겨울철 방어의 맛이 재조명되면서 소비가 급증했다.
또 국내 방어 어획량 변동이 커진 것도 일본산 수입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방어는 수심 200m 바다에서 서식하며 제주도나 남해안을 회유하는 난류성 어종이다. 하지만 최근 이상 기후로 한반도 해역 수온이 상승하면서 방어 어장이 제주도에서 강원도나 더 깊은 동해 먼바다로 북상했다. 어획 지역이 강원·동해안으로 이동하면서 조업 환경이 변화했고, 이에 따라 국내 어획량의 변동성이 커졌다.
양식업계의 악재도 공급난을 부채질했다. 올여름 경남 지역 등 남해안에 고수온과 적조 특보가 발효되면서 출하를 앞둔 양식 어류가 대거 폐사했다. 자연산 어획 부진을 메워줘야 할 양식 물량마저 급감하면서 전체적인 방어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방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경락시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방어의 ㎏당 평균 거래 가격은 1만66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00원) 대비 1만1200원(207%) 증가했다. 1년 새 가격이 3배 넘게 뛴 셈이다.
광어·굴 등 제철 어패류 일제히 상승
히트플레이션으로 인해 다른 어패류 수급 상황도 불안하다. 동절기가 제철인 광어는 전체 물량의 90% 정도가 제주도와 남해안의 양식장에서 생산되는데 방어와 마찬가지로 고수온과 적조로 인해 폐사가 속출했다. 지난 17일 기준 대광어(도매 기준) ㎏당 평균 가격은 2만1300원으로 전년(2만원) 대비 1300원(6.5%) 상승했다.
지난해 이상 고온에 따른 집단 폐사 여파로 우럭 가격은 ㎏당 1만7250원에서 1만9125원으로 1875원(10.9%) 상승했다. 우럭은 출하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수급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굴 가격 역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당 1만605원이었던 굴 가격은 올해 1만4237원으로 1년 새 3632원(34.2%) 급등했다.
수산업계는 제철 어패류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연말연시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산물 특성상 어획량이나 양식 물량을 1~2년 사이에 급격히 늘려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어장 이동에 따른 조업 구역 변화와 여름철 고수온 피해 복구에도 시일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수입 증가세와 가격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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