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부 권한 집중
호봉제 구조 고임금
"인적자원 관리 고도화 필요"
[파이낸셜뉴스]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은행권이 올해도 20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은행 측은 직원들에게 제 2의 삶을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희망퇴직 시행 취지를 밝혔지만, 단순 호봉제 임금체계에서 고임금을 받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들을 퇴출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디지털·인공지능(AI)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인건비를 줄여 수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1967년 이후 출생한 직원과 4급 이하 직원 중 근속 15년 이상·1985년 이전 출생한 직원(1985년생 포함) 그리고 리테일 서비스 직원 중 근속 10년 이상인 직원이다.
희망퇴직자는 특별퇴직금으로 출생연도 등에 따라 월 기본급 기준 7개월에서 31개월분 급여를 받게 된다. 희망퇴직자들은 내년 1월 2일자로 떠난다.
NH농협은행도 지난달 18~2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 40세 이상이 대상으로 월평균 임금 20개월치를 준다. 1969년 출생한 만 56세 직원에게는 월평균 28개월치 임금을 지급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391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은행권이 희망퇴직을 진행할 때 나이 제한을 걸어두는 것은 상대적으로 호봉이 낮은 저임금 인력은 묶어둔채 높은 호봉의 고임금 직원을 내보내기 위해서다.
부산은행도 지난주 희망퇴직자 70여명을 모집했다. 1970~1975년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1970년생에게는 월평균 임금 29개월분과 재취업 지원금 350만원을 지급한다. BNK금융 계열사인 경남은행도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상·조건은 부산은행과 동일하고 규모는 총 50명이다. 한때 부산·경남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을 30대 대리급 직원으로까지 연령대를 낮춘 바 있지만, 올해는 만 55세 이상 특정 구간에서만 신청을 받았다.
올초 KB국민은행에서 647명, 신한은행에서 541명, 우리은행에서 429명, 하나은행에서 263명(상·하반기) 등 1880명이 희망퇴직했다. 연말 농협은행 희망퇴직자까지 확정되면 올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는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은 수협은행 등을 고려하면 전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권 희망퇴직자들의 평균 퇴직금 규모는 특별퇴직금과 법정퇴직금 등 5억원 중반인 것으로 추산된다. 각 은행의 '2024 경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희망퇴직자들은 1인당 평균 3억5027만원의 특별퇴직금을 받았다.
금융연구원이 펴낸 '국내은행의 인적자원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인력 감축으로 평균 인건비를 하락시키는 전략이 비용은 줄여주지만 고용창출은 감소시킨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축소균형을 지양하고 인력의 채용부터 평가, 보상, 경력관리 등 인적자원 관리의 전 단계에 걸친 업그레이드를 통해 확대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은행의 임금체계는 호봉제를 기본으로 성과에 관계없이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급여가 상승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은행이 새로운 인적 자원 관리를 위해서 직군별 수시 채용방식을 확대하는 한편 직군별 임금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과도한 인사부서의 권한 집중 문제도 지적했다. 지원부서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 은행의 인사부 는 채용, 임금, 승진, 성과평가 등 근로자들의 회사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권한들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에 따른 인사 청탁이나 부정 채용, 비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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