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0% 등락 반복한 환율...각종 변수에 예측 어려워져
현지투자 몰린 기업, 달러 수익 쌓거나 재투자...달러 몸값 높아져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기준 1466.6원이었던 원 달러 환율은 6월 말 1350원으로 곤두박질쳐 바닥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오르며 이날 기준 1477.8원 수준을 기록했다. 1년 새 10%에 가까운 등락을 반복한 셈이다.
환율이 널뛰는 배경으로는 올해 미국의 관세 이슈를 비롯해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해외투자 강화 기조가 꼽힌다.
실제 올들어 주요 그룹들이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만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생산 거점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해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거점을 만들고 있는 SK온까지 더하면 SK의 대미 투자금은 총 108억달러(16조원)로 추산된다. 올해부터 미국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을 본격화한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미국에 260억달러(38조원)를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기업과 소통에 나섰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 7개 기업 관계자와 '환율 대응 긴급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기업 현장의 애로와 외화 수급 여건을 함께 살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통상질서 재편으로 기업들이 원화를 들고 해외로 나가 달러를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환율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환 헤지 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 규모가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대한민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약 115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 예년에 비해 2~30% 정도만 원화로 다시 바꾸지 않았어도 환율을 올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여기에 원화 가치가 흔들리며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 수요로 일반 국민까지 몰리고 있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장 기업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갈린다. 수출 중심의 기업들로선 같은 액수의 달러를 벌더라도 받게 되는 원화가 늘어나게 되는 만큼, 환율 상승이 호재로 작용한다.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선 그만큼 같은 달러라도 더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일반 소비자들로선 수입 비용 상승에 따른 체감물가 상승이라는 문제는 원 달러 환율의 향방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경상수지가 흑자가 나는 상황에서 환율이 이렇게 오르리라곤 예측하지 못했다"며 "방향성만 일정하면 대응이 될 텐데, 기업들로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거시적으로 환율이 계속 높게만 가는 게 아니라 변동성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며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지고 경영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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