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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먹히는 고환율…외환당국 '변동성→레벨' 적극관리로 선회

뉴스1

입력 2025.12.19 06:06

수정 2025.12.19 08:4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 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8개월 만에 장중 1480원을 돌파했다. 2025.12.1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 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환전소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8개월 만에 장중 1480원을 돌파했다. 2025.12.1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달러·원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외환당국의 대응 기조가 한층 적극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변동성 완화'를 넘어서 환율 '수준(레벨) 관리' 가능성까지 공식적으로 시사하는 한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특정 환율 수준을 타깃(목표)으로 삼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환헤지 연장과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유도 등 기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자,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강화하고 외환 규제를 완화하는 등 보다 고강도의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물가 자극 우려에…외환당국 "변동성 관리"→ "레벨 조율도 가능"

19일 관계부처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환율이 1400원 초반에서 상승한 데에는 내부적인 수급 요인이 크다"며 "변동성뿐만 아니라 레벨(수준)에서도 조율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당국이 그동안 유지해 온 "환율 수준이 아닌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원칙적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이다. 이 총재는 "불필요하게 환율이 올라간 부분은 레벨을 낮춰야 한다"며 시장 개입 의지를 보다 분명히 드러냈다.

이 총재가 이처럼 '레벨 관리'를 공식 언급한 배경에는 1480원 선을 위협하는 최근 환율 수준이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은은 환율이 1470원대에 머물 경우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2.1%)보다 0.2%포인트(p) 높은 2.3%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 빗장 풀고 기업 소집…달러 공급 확대 '총력전'

정부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한층 적극적인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전날 기재부는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의 초점은 달러 유동성 공급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맞춰졌다.

우선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확대해 은행이 시장에 달러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외화유동성 규제(스트레스 테스트)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금융사들이 비상시에 대비해 쌓아두던 달러를 시장에 풀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출기업이 원화 용도로 차입하는 외화대출의 허용 범위도 기존 시설자금에서 운전자금까지 확대한다.

이에 더해 대통령실도 외환시장 안정 대응에 직접 나섰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주요 수출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실장은 간담회에서 수출기업들의 래깅(Lagging·달러 매도 지연) 해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기재부·한은·국민연금·보건복지부의 4자 협의체 출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연장, 수출기업 환전 독려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들은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실제로 지난 17일 달러·원 환율은 전방위 대책에도 불구하고 장중 8개월 만에 1480원대를 돌파했다.

결국 외환당국이 '레벨 관리'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하고, 정부가 외환 규제 빗장까지 푼 것은, 꺾이지 않는 원화 투매 심리를 안정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의 강력한 레벨 관리 의지가 확인된 만큼, 가파른 급등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후의 방어선'인 1500원이 일시적으로 뚫리더라도, 상승세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다만 한미 금리차와 성장률 격차, 증시 매력도 등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인위적인 레벨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입해 일시적으로 환율을 누를 수는 있겠지만, 경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1400원 이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며 "올해 펀더멘털이 많이 흔들렸고, 재정수지 적자 폭도 큰 상황이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