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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서동욱, 아직도 많이 보고 싶다"…전람회 '동동 브라더스'는 계속

뉴시스

입력 2025.12.19 11:01

수정 2025.12.19 11:01

서동욱 18일 1주기 추모
[서울=뉴시스] 김동률, 서동욱. (사진 = 뮤직팜 제공) 2025.1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동률, 서동욱. (사진 = 뮤직팜 제공) 2025.12.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겨울밤에 꿈처럼 어렴풋하겠지만 / 잊을순 없겠지 낯익은 노래처럼 / 바래진 수첩속에 넌 웃고 있겠지"

1990년대 그림처럼 남아 있는 듀오 '전람회' 출신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이 지난달 8~10일·13~16일 서울 케이스포돔에서 일곱차례 연 콘서트 '산책' 막바지엔 '첫사랑'이 매번 울려 퍼졌다.

이 곡이 끝날 때 즈음에 '사랑하는 나의 벗, 동욱이를 보내며'라는 문구와 함께 전람회 출신 고(故) 서동욱(1974~2024)의 사진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공연장은 먹먹해졌다.

'첫사랑'은 김동률과 서동욱에게 의미가 큰 노래다. 휘문고등학교에 같이 다니던 시절, 김동률이 만든 이 곡을 서동욱이 우연히 들었다. 서동욱이 들려준 감상에 김동률은 그와 감성이 맞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은 지음(知音)이 됐다.

즉 '첫사랑'은 전람회의 시작이 된 곡이다. 이후 연세대 다른 과에 나란히 진학했고, 신촌의 '동동 브라더스'(두 사람 이름에 '동'이 들어가 있어서 이렇게 불렸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동률이 18일 서동욱의 1주기를 맞아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첫사랑'은 전람회 탄생의 결정적 계기가 된 곡"이라며 서동욱과의 시간을 회상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만들었던 데모 테이프 안에 수록돼 있던 '첫사랑'을 친구의 친구를 통해 듣게 된 동욱이가, 저에게 장문의 감상문을 보내 줬던 것을 계기로 우리는 친구가 됐고, 자연스럽게 팀을 이뤄 음악을 해 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며 전람회 시작을 돌아봤다.

이번 '산책' 콘서트 당시 '첫사랑'을 부르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든 7회차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기억의 습작' 단 한 곡을 듣기 위해 오신 관객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당시 서동욱에 대한 기억들로 완창을 하지 못했던 김동률은 이에 대해 "대신 제가 못다 한 파트를 관객 여러분들께서 조용히 채워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또한 "비록 100% 프로답진 못했지만, 그로 인해 저는 비로소 동욱이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저에게 꼭 필요했던 과정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이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동욱이를 사랑했던, 그리고 전람회를 사랑했던,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모든 분이 비슷하게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전람회 서동욱. (사진 = 모건스탠리 홈페이지 캡처) 2024.1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전람회 서동욱. (사진 = 모건스탠리 홈페이지 캡처) 2024.12.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동률은 그러면서 "오늘은 동욱이가 떠난 지 일 년이 되는 날이다.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미사도 드리고, 식사도 함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많이 보고 싶고, 아직도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전람회 노래를 부르고 싶다. 때론 웃으며, 어쩔 수 없을 땐 울기도 하면서"라며 "다시 한번 함께 울어 주시고 노래해 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라고 고마워했다.

전람회는 1993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에서'로 대상과 특별상을 받았다. 김동률이 멜로디를 만들었고 서동욱이 가사를 지었다. 이들은 이듬해 정규 1집을 발표하고 정식 데뷔했다.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두 장의 정규와 EP '졸업'을 내고 1997년 해체했다.

김동률은 음악 활동을 계속했다. 서동욱은 음악에 대한 미련을 접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를 비롯 뉴욕과 홍콩 등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작년 12월18일 지병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 부대표를 맡았다. 김동률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서는 등 두 사람은 우정은 계속됐다.

전람회 대다수 곡의 멜로디는 김동률이 쓰고 불렀고, 그가 다수 곡의 작사도 했다. 그런데 전람회 팬들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서동욱의 노랫말 짓는 실력도 빼어났다. '꿈속에서' 외에 '하늘높이', '향수', '유서', '마중가던 길'의 노랫말을 그가 붙였다.

또한 감성의 농도가 짙은 김동률의 보컬과 달리 서동욱의 목소리는 말갛다.
단독 보컬을 맡았던 2집 수록곡 '마중가던 길', 3집 수록곡 '다짐'에서 그는 조심스럽지만 누구보다 단호한 마음을 노래했다.

서동욱은 무엇보다 자신이 연주한 베이스를 꼭 닮은 사람이었다.
단아함, 솔직함, 스트레이트포워드니스(Straightforwardness·똑바름), 경박스럽지 않고 차분함, 베이직(Basic) 등 그가 언급한 베이스의 매력을 스스로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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