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美 규제 완화 속 투자 속도전
[파이낸셜뉴스] 중국이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앞세워 최소 2027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 장비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일부 완화되는 흐름과 맞물리며 글로벌 장비 시장의 무게 중심이 당분간 중국에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이어가면서 중국은 적어도 2027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구매국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SEMI는 중국의 장비 투자 증가세가 점차 둔화해 2026년 이후에는 관련 매출이 완만한 감소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국가별 장비 구매 규모에서는 대만과 한국이 각각 2위와 3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전체로 보면 성장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EMI는 올해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OEM) 매출이 전년 대비 13.7% 증가한 1330억달러(약 197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내년 1450억달러, 2027년에는 156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짓 마노차 SEMI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에서 “전공정과 후공정 모두에서 3년 연속 성장이 예상되는 등 반도체 장비 시장의 기초 체력이 강하다”며 “AI 관련 투자가 연중 예상치를 웃돌아 전 부문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망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정책 기조 변화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이후 엔비디아의 A100, H100, H200 등 최첨단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화웨이·알리바바·바이두 등을 중심으로 국산 AI 반도체와 대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올해 8월 저성능 AI 반도체인 엔비디아 H20의 중국 판매를 허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매출 일부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H200의 중국 공급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중장기 기술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자국 기업의 H200 구매를 오히려 제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기 성능 확보보다 ‘기술 자립’을 우선하는 전략이 재부상할 경우, 중국의 장비 투자 구조와 수요 방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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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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